▲ 지난해부터 열애설이 파다했던 김승우와 김남주는 지난 5월 25일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언론계에는 “많은 사람 만나고 여러 곳을 다니는 기자가 최고의 직업이다. 물론 기사만 쓰지 않는다면”이라는 말이 있다. 연예기자 역시 “스캔들 기사만 쓰지 않는다면 최고의 직업”임에 틀림없다. 미남, 미녀 탤런트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이고, 영화도 공짜로 보지, 음반도 시장에 풀리기 전에 먼저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평소에 그렇게도 친하게 지낸 연예인에 관한 스캔들 기사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 사실인 것처럼 쓰지는 말자’는 기자로서 마지막 원칙이라는 게 있지만 지켜나가기 어려운 게 연예 언론 시스템의 현실이다. 때문에 ‘전화데이트’, ‘차 안에서 데이트’,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 등 상투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열애기사’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겨울철에 실리는 열애기사는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겨울철에는 스포츠 관련 기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연예부에 대한 하중이 실리게 되고 신뢰도가 낮은 열애설 기사가 생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열애기사 판별법’도 달라진 듯하다. 열애설에 대한 연예인들의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풍문이 나돌고, 이를 스포츠신문이나 다른 언론이 기사화하고, 당사자들이 부인하거나 인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들의 사랑을 떳떳하게 공개하는 추세로 변화를 이룬 것. 또한 서로 사귀다가 헤어졌을 때도 소속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개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지난 25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김승우-김남주 커플도 언론에서 먼저 보도하기 전에 소속사(김승우)에서 보도자료를 내 결혼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이들 커플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러나 연예계와 언론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승우에게는 더욱 조심스런 두 번째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 지성(왼쪽)은 박솔미와의 관계에 대한 기자의 조심스런 질문에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밝혀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진은 합성한 것. 사진합성=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일반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 그냥 고백하지 왜들 그렇게 숨길까?”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여자 연예인에게는 이런 발표를 하게 되면 걸리는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미혼을 전제로 출연한 CF계약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과거 여자 연예인은 사랑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열애기사에 대해 부인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김남주의 소속사에서 ‘부인’을 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는 6월7일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를 통해 입대하는 탤런트 지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지난 몇 년간 연예인과 기자이기 전에 형과 아우로서 인연을 맺어왔는데 그는 항상 자신의 ‘원칙’과 ‘솔직함’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 ‘남자는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아놓고서도 자신의 원칙 때문에 재신검을 신청해 ‘현역 판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 그의 유일한 열애설인 ‘박솔미와의 연인관계’ 역시 그의 솔직함 때문에 세상에 알려졌다.
한 스포츠지와 인터뷰를 하던 와중에 기자가 조심스럽게 “박솔미씨와는 어떤 관계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사랑하는 사이인데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해버린 것이다. 당시 기자 역시 지성의 솔직함에 놀랐다며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물론 그 다음날로 두 사람의 사랑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성에게 “그냥 편한 친구처럼 지낸다 정도로 이야기하지 그랬느냐”고 훈수(?)를 두었는데 지성은 의외로 담담하게 “사랑하는데 인기 때문에 거짓말하기 싫더라고요”라고 말했다. 90년대 초만 해도 이런 당당함을 지닌 연예인들은 찾기가 어려웠다. 설사 그런 발언을 하더라도 옆에 있던 매니저가 제지를 하던가, 아니면 소속사 차원에서 ‘열애설 기사’가 보도되지 않도록 손(?)을 썼기 때문이다.
과거 사랑하면서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아픔이 있었다면 요즘엔 새로운 아픔이 있는 듯하다. 할리우드나 일본 연예계에서는 일상화된 것이지만 연예인의 사랑이 홍보의 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소속사의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사랑과 헤어짐이 공개되고 있다. 물론 리스크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과거 언론이 연예인의 순수한 사랑을 수단화했듯이 이제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사랑’조차 수단화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