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이성미. | ||
90년대 기자와 연예인 간의 최고의 화제는 개그우먼 이성미씨와 지금은 조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조대원씨의 결혼소식이었을 것이다. 당시 조대원씨는 지금은 없어진 'TV저널'의 기자였는데, 이들의 결혼소식은 'TV저널'도 아니고 <일요신문>의 특종이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소식은 연예계와 언론계 모두 특급스타의 결혼만큼이나 관심이 많았다. 뒷말도 무성했는데 그 핵심은 측근 몇 명만 알 정도로 극비리에 사랑을 나눈 내용을 누가 발설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성미씨와 친하게 지낸 몇몇 연예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당시 특종기사를 쓴 기자의 무거운 입 때문에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이나 당시나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연예인에 관한 특종을 놓쳤을 경우 온갖 구박에, 심지어 시말서까지 써야만 했던 게 연예부의 풍토였다. 어쨌든 이들 두 사람의 결혼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언론 관계자들로부터 축복받았다.
또 한 연예계의 선배기자는 80년대 문화계의 유명인사와 여배우의 사랑을 지켜주려다 오히려 자신이 근거없는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유명인사는 여배우와 만나는 자리에 기자를 항상 동석을 시켰다. 워낙 얼굴이 잘 알려져 있어 단 둘이 만날 경우 구설수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선배기자 역시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만남이 지속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선배기자는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으면 그때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가려주는 ‘차양’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일은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항간에 나돈 소문은 정반대로 유명인사가 기자와 영화배우를 연결시켰다는 것이었다. 난처한 입장에 빠진 기자는 이들 두 사람과 더 이상은 함께할 수 없었고, 두 사람의 사랑 역시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여자 연예인과 사귄 적이 있지 않느냐 하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90년대 초반이었는데 FM방송의 DJ로, 토크쇼 진행자로 여기에 연기자로서 주목받던 K다. K와는 너무 바쁜 나머지 스케줄을 서너 번씩 옮겨가며 인터뷰에 성공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느낌이 무척 좋았다. 인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방송에 대한 진지한 자세 등 다른 연예인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인터뷰에서 느낌이 좋으면 원고 역시 애정이 가기 마련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녀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또 K 역시 기사를 잘 써줘서 고맙다고 선물을 주었는데 남자용 향수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날 동료기자 한 명이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혹시 K랑 사귀니? 스포츠신문의 한 연예부 기자가 너에 관해 묻고 다니던데”라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하며 한 번 만나고 여의도 KBS 별관 옆에서 향수를 받느라고 본 것이 전부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당시 필자의 데스크는 “연예기자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그러면서 “솔직한 이야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라면서 “취재원과는 너무 멀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오해인 것으로 해명이 됐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후부터는 연예인에 관한 느낌이나 이야기를 사석에서 꺼내는 일을 자제하게 됐다.
스포츠신문에 있을 때 후배 기자 역시 나와 비슷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워낙 착한 성격이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대해선 책임감 있게 진행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한 여자 연예인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매니지먼트사의 관계자와 해당 여자 연예인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후배 기자의 저인망식 취재를 부담스러워했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가 이 같은 얘기를 연예계에 흘렸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최근 강남권에 한 여자 연예인이 연예기자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다. 주로 강남의 유흥업소 종사자들 사이에 나도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의 내용은 한 단란주점에서 유명한 여자 연예인과 기자가 다정하게 술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 상대가 재벌이나 유명인이 아님에도 연예기자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게 하는 소문이었다. 그 기자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기자 역시 취재 때문에 만났다가 그런 오해를 받았을 게 분명한 듯싶다.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