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륜 변호사. | ||
―검사 시절 다양한 분야에서 수사 실적을 올렸는데 연예계 비리 관련 수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당시 얘기를 부탁한다.
▲검찰의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수사는 내가 담당했던 75년과 90년,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된 2002년까지 세 번에 걸쳐 이뤄졌다. 75년 당시 우리는 라디오 편성국을 중심으로 PR비가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격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에 돌입했고 여러 명의 PD를 구속했다. 처음이라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당시 언론이 PD를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해 어려움이 많았다.
90년 2차 수사는 조직폭력배 관련 수사가 연예계로 연결된 것인데 처음에는 대형유흥업소의 연예인 쟁탈전이 수사 대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에 대한 폭력과 갈취 사례가 드러났고 연예계 비리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다. 당시 나는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는데 우리 부서에는 함승희 문세영 등 뛰어난 검사들이 많았다. 당시 수사는 75년보다 수월했다. 75년 1차 수사 당시 언론의 비난이 워낙 거세 이후 15년 가까이 연예계 비리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드러내놓고 비리도 성행했다. 심지어 PR비도 계좌로 입금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증거 잡기가 수월했고 언론 역시 더 이상 PD 편이 아니었다. 그 당시 PD들 역시 ‘세인의 관심을 돌려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인 수사’라며 반발했지만 75년만큼 거세지는 않았다.
―최근 가혹행위 논란에 휘말린 2002년 연예계 비리수사를 어떻게 바라보나.
▲사전준비도 부족했고 치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수사 결과만 놓고 봐도 정작 중요한 부분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검찰이 세련되지 못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진이 계속되는 것 같다. 다만 이런 부분이 검찰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본다. 연예기획사가 대형화 기업화 하면서 비리 관련 증거를 잡는 게 쉽지 않아졌다. 그만큼 더욱 치밀한 사전조사가 절실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아쉽다.
―최근 서세원씨측이 고문에 의한 강압수사라며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 검찰 수사관 2명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리라 생각한다. 다만 고문에 대한 개념은 상대적이다. 90년 2차 연예계 비리 사건 당시에도 몇몇 PD들이 고문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분은 법정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이후 검찰의 연예계 관련 대형 수사가 이뤄진 경우가 거의 없다.
▲검찰 수사가 없다고 해서 연예계가 깨끗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매니지먼트사의 기업화에 따라 증거잡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비리에 해당되던 행위가 요즘에는 교묘한 변칙으로 인해 합법화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검찰이 이런 부분까지 잡아내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사전 준비와 세밀한 수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