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일요신문 카메라에 포착된 심은하와 그의 차 폭스바겐 투아렉. SUV 마니아인 심은하는 운전실력이 뛰어나 기자도 잘 따돌린다. | ||
다른 하나는 연예인의 개인용 승용차다. 대부분 수입 외제차를 이용하는 데 간혹 국산차를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공식 스케줄에 의한 연예계 활동이 아닌 사생활을 즐기기 위해 사용되는 차량이다.
연예부 기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연예인의 잦은 차량 교체다. 고현정은 이혼 이후 컴백까지 1년여의 기간 동안 각종 매스컴의 표적이 되었지만 좀처럼 그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이 당시에도 가장 중요한 사안은 그가 이용하는 차량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최초로 그 모습이 포착된 것은 <우먼센스>가 선배 연기자인 윤여정의 집을 방문한 고현정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담당 기자는 고현정이 살고 있던 주상복합건물 주차장 앞에서 잠복하며 고현정 소유의 자동차를 기다리다 결국 취재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일요신문>에서는 그의 컴백 관련 사안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역시 문제는 차량이었다. 이미 후크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한 고현정은 개인 차량이 아닌 회사에서 지급한 에쿠스 리무진을 이용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매스컴이 모두 고현정 개인 차량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알려지지 않은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에 집중한 <일요신문>만이 취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시 말해 연예부 기자에게 연예인의 차량 교체 여부 체크는 매우 중요한 점검사안이라는 얘기. 이런 이유로 폰카에 유명 연예인의 개인 차량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기자들도 있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고현정만큼 차량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남긴 연예인도 드물다. 아니 그만큼 그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이 남달랐는지도 모른다. 지난 2002년 12월25일 새벽 4시30분경 고현정은 자신의 승용차인 BMW X5를 동승자 없이 직접 운전하다 한남2동 파출소 앞에서 3중 추돌사고를 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를 ‘새벽 불공을 드리러 가다 발생한 사고’라 설명했지만 횡행하던 소문을 모두 잠재우지는 못했다. 계속되던 ‘고현정 밤마실설’에 설득력을 더하며 이혼 임박설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이혼 직전인 2003년 10월25일 새벽 3시경 고현정은 서울 압구정동 한강둔치 주차장에 세워둔 신세계 법인 소유의 포르셰 자동차를 도난당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때에도 ‘모친을 만나러 갔다 차량을 도난당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혼 임박설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리곤 결국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11월19일 고현정은 이혼에 합의했다.
연예부 기자들이 흔히 접하는 연예인의 차량 역시 ‘공식 차량’이다. 하지만 좀 더 좋은 기사를 캐내기 위해서는 개인용 차량을 이용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포착해야 한다. 독자들은 무대 뒤에 가려진 스타의 사생활에 더 큰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
조금이라도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연예인과 이를 파헤치려는 연예부 기자의 치밀한 신경전의 한가운데에는 그들의 개인용 승용차가 존재하고 있는 셈. 고급 수입 외제 승용차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연예부 기자와 연예인의 쫓고 쫓기는 다이내믹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연예부 기자들이 손꼽는 가장 특이한 운전 스타일을 소유한 연예인은 심은하다. 이미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여전히 팬들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에 심은하는 톱스타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그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상당수인데 이미 공식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 취재 방법은 오직 잠복과 미행뿐이다.
그런데 심은하의 미행 취재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심은하의 운전솜씨가 워낙 뛰어난 데다 차량 성능 역시 취재용 국산 차량으론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물론 이 정도의 어려움은 다른 연예인을 미행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사안이라 베테랑 기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심은하의 차량으로 인해 소위 ‘물을 먹은’ 기자들이 부지기수다.
요즘 심은하가 타는 차량은 폭스바겐의 SUV 차량인 투아렉. 기존에 이용하던 차량이 역시 SUV인 BMW X5였음을 감안할 때 그가 SUV 마니아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운전 습관은 ‘중단’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 신호등에 의해 차가 잠시 멈추는 것도 싫어해 조금 돌아갈지라도 신호등이 적은 샛길을 이용하는 편이다. 결국 기자들이 미행에 실패하는 까닭 역시 그가 일반적인 도로가 아닌 자신이 개발한 샛길을 활용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심은하가 평소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구간은 우면동 집과 청담동 사이인데 다양한 샛길들을 활용한 자신만의 경로에 따라 움직이곤 한다. 이렇게 그가 자주 이용하는 샛길을 연예부 기자들은 ‘심은하로’라 부르는데 아직도 이를 정확히 아는 기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 차인표(왼쪽), 신애라 | ||
매니저가 없었던 차인표는 개인 자가용도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드라마 스태프와 함께 촬영장소를 이동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상대역인 신애라의 승용차를 얻어 타게 됐다. 당시 신애라의 승용차는 흰색 쏘나타로 여성 매니저가 운전을 맡고 있었다. 차인표가 신애라의 차량을 얻어 타기 시작하자 기자들 사이에 ‘열애설’이 나돌기 시작했고 이에 신애라는 “같이 촬영하는 분량이 많은 편인데 동료 배우가 힘겹게 이동하는 게 안쓰러워 동승한 것”이라 해명하기 바빴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과정에서 차인표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단번에 톱스타 등극에 성공한 차인표에 대해 MBC측은 무쏘 승용차를 지급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 이상 신애라의 차를 얻어 탈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차인표는 종종 신애라의 쏘나타를 얻어 탔고 기자들의 의혹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에 차인표는 “지리를 잘 몰라 촬영 장소까지 직접 운전해가는 게 쉽지 않아서”라고 해명했지만 ‘열애설’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결국 두 배우의 열애설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 고현정(왼쪽). (오른쪽 맨위)추돌사고가 났던 BMW의 현장검증. 도난당했던 포르셰와 같은 차종(가운데).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에쿠스 리무진(맨끝). | ||
자신의 스포츠카인 재규어 X16을 타고 남자친구와 함께 새벽녘 강변 강북로를 달리는 톱스타 K양을 국산 엑셀 자동차로 따라잡아 취재에 성공한 어느 연예부 기자의 일화가 전설로 남아있을 정도다.
비교적 연예인의 운전은 거친 편이다. 우선 대부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까닭에 순간 가속력을 비롯한 차량 자체의 성능이 뛰어나다. 또한 바쁜 스케줄에 맞혀 급하게 차를 모는 로드매니저의 운전 습성에 동화된 이들도 상당수다.
가장 거칠게 운전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레이싱 마니아들이다. 그런데 대표적인 레이싱 마니아인 류시원은 이런 생각이 편견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레이싱을 즐기면 자동차에 대해 잘 알게 된다”는 류시원은 “따라서 일반 도로에서는 어떻게 운전해야 안전한지를 잘 알고 있어 가장 안전한 운전을 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안전 운전을 위해 일반인도 직접 내지는 간접적으로 레이싱 경기를 접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로드매니저의 운전 습관이 ‘안전운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워낙 연예계에 자동차 관련사고가 빈번한 까닭에 소속사 간부들이 ‘안전 운행’을 강조하는 데다 스케줄 역시 무리하게 잡는 않는 편이다. 스타의 힘이 커지면서 스케줄이 스타에 맞춰 짜이기 때문. 스타권력화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순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