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보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후쿠다 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메르스종합대책본부>
[일요신문]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합동 평가단이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기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점이 빠른 확산의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WHO합동평가단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내 메르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WHO측 조사단은 지난 8일 입국해 국내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 등을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했다.
WHO합동평가단 이종구 공동단장은 “신속한 정보공개가 제일 중요했는데 이 부분이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관리체계가 제대로 확립돼야 통제할 수 있는데 확립이 안 됐었다”며, 사실상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초기 대응실패를 지적했다.
WHO합동평가단 케이지 후쿠다 공동단장은 “발생초기 대부분의 한국 의료진들이 이 질병에 익숙지 않아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였을 때 잠재적인 원인으로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며,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예방 통제조치가 최적화 돼 있지 않았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관행과 한국 사회의 문병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WHO합동평가단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메르스가 단기간에 종식되긴 어렵다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후쿠다 공동단장은 “메르스 발병 규모가 크고 양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추가 발생을 예상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질병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기 중 전염과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은 낮은 만큼 휴교나 휴업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며, 역학전문가 양성과 감염자 격리를 위한 음압병실 추가를 당부했다.
WHO는 이번 활동 결과를 토대로 다음 주 긴급위원회를 개최해 메르스 전파가 국제적 비상사태가 될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합동평가단 발표에서 메르스 초기 방역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정보공개 시기가 문제로 제기된 것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 불투명성이 정보의 비대칭을 불러와 메르스에 대한 불필요한 루머 등이 양산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 확산사태에서 정보와 관련된 소통 문제, 정보 공개를 신속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이 초동 대처에 실패한 원인 중에 하나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정책결정과 정부인사 선출과정시 ‘불통’으로 불리던 박근혜 정부가 이번 메르스 대처에서는 ‘불투명’한 정보와 정책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갈등만 심화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지 18일이 지나고,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과 병원 등의 피해를 우려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던 정부는비난 여론 증가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환자와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서인 6월 7일 메르스 환자 발생 및 방문 병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성토하는 국민들만 늘어났다.
외신 역시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한국정부가 의미 없는 비밀주의로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감을 표현했다.
13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는 사망자 14명, 확진자 138명, 격리자 3천6백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이 국민들의 불안과 피해만 늘린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