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밥풀떼기’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 김정식은 놀림 받는 아들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밥풀떼기’라는 별명으로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개그맨 김정식을 오랜만에 만났다. 근 7년 동안 방송을 접고, 그가 선택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자신은 4년 전 집안 사정상 귀국했고, 지금은 기러기아빠로 생활한다고 했다.
그가 미국행을 선택했던 진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슬하에 남매를 둔 김정식에게 문제가 되었던 건 막내아들이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밥풀떼기 아들이라며 놀려댔고 심지어 선생님들마저 너도 한번 웃겨보라는 식의 말을 해 김정식의 아들은 그런 주위의 반응에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습부진아 판정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며 고민한 김정식은 결국 모든 활동을 접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은 미국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장학생으로 유명대학에 진학할 꿈을 키우고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비록 자신은 방송계를 떠났지만 아들에게 새 삶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평소 의리 있는 사나이로 정평이 나 있는 개그맨A는 청담동에서 길을 가던 중 술 취한 대학생과 어깨를 부딪쳤다. 학생이 “죄송하다”며 가벼운 목례를 하다 그가 연예인임을 알아봤다. 이어 “어, ○○○이네” 하며 반말을 하면서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어를 해달라고 떼를 썼다.
아무리 팬이지만 늦은 밤 청담동 길 한복판에서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다음에 해주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 대학생은 “연예인이라고 튕기는 거냐”며 막무가내였다. 급기야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났고, A와 매니저는 술 취한 대학생을 간신히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 아침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젯밤 일로 술에 취해 대학생을 때린 사실이 있냐는 경찰의 전화였다. 연예계에서 술 못 마시기로 유명한 A는 그 일로 인해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 안성기, 윤도현, 박정숙(왼쪽부터). | ||
하지만 방송이 없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능숙하지 못한 솜씨 때문에 괴로워했다. 친한 작가의 결혼식 날 박정숙을 보고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멘트에 다시는 직접 메이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피부가 정말 별로다” “벌써 기미가 있네”라고 쑥덕거리는 하객들의 말소리에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얼마 전 아기아빠가 된 가수 윤도현은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어렵게 아침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고 당연히 화제는 7개월 된 딸아이와 아내 이야기에 집중되었다. 그는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7년 연애 풀스토리와 프러포즈 이야기, 그리고 아이의 출산 이야기를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장장 90분간의 녹화를 마쳤다. 그러고 나서 담당작가에게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살기 참 힘들어요”라는 한마디를 던지며 일부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의 국민영화배우 안성기를 만났을 때다. 연신 모든 사람들을 미소로 상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에게 그렇게 3백65일 똑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비결이 뭔가를 물어봤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정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렇게 하는 게 편해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는 척 안하면 건방지다고 하고, 또 곤란한 질문했다고 인상 찌푸리면 다음날로 기사화되는 이 나라에서 연예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이다.
‘연예인=공인’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공인은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분명 연예인이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연예인=공인’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넣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도 한 명의 인간이고, 감정의 동물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사생활이 침해를 당하고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