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방송 장면. | ||
방송에서 편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일반 시청자들의 경우 ‘프로그램만 재미있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일지라도 편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와 같은 박진감과 스릴은 없지만 아침 매거진 방송 1시간 전의 방송국 사정도 영화와 비슷하다. 한국 방송이 생긴 이래로 아침부터 오전 8시대까지 진행되는 매거진 프로그램은 전국 각지의 뉴스와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조선팔도에 매일, 그것도 3사에서 동시에 틀어대는 분량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3사 아침 매거진 프로그램의 담당 PD와 작가들은 새벽만 되면 피가 마른다. 일단 총책임 PD의 빨간펜(?) 시사가 보통 새벽 3~4시정도에 진행된다. 시사 후 메인작가와 총책임 PD는 각 꼭지의 아이템들을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배치할지 회의가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방송 순서가 정해지지만 결국 타사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그 자리에서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예인이라는 한정적인 소재를 다루는 아침 토크쇼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수 연예인만을 소재로 하는 까닭에 섭외부터 방송까지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 체제인 아침 토크쇼의 일주일 방송편성은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른다’다.
타사의 출연자에 따라 요일 방송 편성이 바뀌는 까닭에 아예 방송 편성 날짜를 총책임 PD가 며칠 전에 담당 PD한테만 통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출연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시청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경우다. 게다가 연예가 핫이슈의 경우 1분1초라도 먼저 내보내기 위해 아예 오프닝 멘트를 하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 ‘한밤의 TV 전쟁’ SBS <생방송 TV 연예> 방송 장면. 오른쪽은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 포스터. | ||
연예가 정보프로그램으로 장수하고 있는 <한밤의 TV 연예>(현 <생방송 TV연예>)의 경우 방송편성으로 매 개편 때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매주 목요일밤 연예가의 뉴스를 전하던 <한밤의 TV 연예>는 연예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예능팀이 아닌 교양팀에서 제작되어 심층적인 연예가 뉴스를 전해 화제가 되고, 그와 더불어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
하지만 연예가 뉴스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앞다퉈 생기면서 목요일의 <한밤의 TV 연예>보다 하루 먼저 수요일에 방송되는 <섹션 TV 연예통신>이 생기게 됐다. 결국 목요일 <한밤의 TV 연예>는 지난해 봄 대대적인 개편에 힘입어 수요일 9시대의 시간대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방송편성이 프로그램의 생과 사를 좌지우지하게 되자 최근 몇 년 사이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1년에 2번 단행되는 개편도 이제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파일럿 프로그램과 이른바 ‘게릴라’ 편성으로 방송프로그램은 개편의 시기와 관계없이 만들어졌다가 종영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방송 편성에 왕도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