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일가. 위 사진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윤 대통령(이정길 분)과 딸 재희(전도연 분). | ||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대통령이나 자녀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에 속한다. 이것은 과거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처럼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또 다른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내용이 갖고 있는 현실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경호’라는 부분을 중심으로 ‘21세기형 판타지’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대통령 경호실법’은 대통령의 자녀를 ‘대통령 재직 기간 5년, 그리고 퇴임 뒤 7년 총 12년’ 동안 ‘호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실법’ 2조 1항에 의하면 ‘호위’란 ‘신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위해를 근접에서 방지 또는 제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취임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두 자녀인 건호씨, 정연씨의 경호에 대해 ‘부드러운 경호’를 주문했다. 이는 ‘최대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를 의미한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큰딸 ‘재희’는 외교관으로 근무중이고 아들 ‘건희’는 고등학생. 드라마에서 이들에 대한 경호 역시 ‘최대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 정탁영 팀장은 “현재 대통령 자녀의 경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원활한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로 자세한 답변을 대신했다. 다만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며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인정했다.
현재 대통령 경호실의 대통령 자녀에 대한 경호 업무가 논란이 된 경우가 있었다. LG전자에 근무중인 노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관련된 부분이다. 건호씨는 대기업에 근무 중인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현재 그의 신분은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한동안 LG전자에 근무중인 다른 사원들이 불편해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 <프라하의 연인>의 장면. 위는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대통령 아들(장근석 분). 아래는 식사하는 대통령 가족. | ||
이런 부분은 드라마와 유사하다. 외교통상부에 근무중인 ‘재희’를 경호하는 경호원 역시 외교통상부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상대남인 ‘상현’(김주혁 분)이 경호원을 동생으로 알고 있을 만큼 그 정체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경호가 이뤄지는 방식은 드라마와 사뭇 다르다고. 청와대 경호실측은 ‘업무상의 이유로’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거부했다.
시청자들이 가장 의아하게 느낀 대목은 극중 대통령의 아들 ‘건희’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학생들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이다. 아무리 ‘건희’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 할지라도 3 대 1로 싸우는 과정을 경호원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경찰서에서도 그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대목은 이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보호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찾아온 이는 그의 누나인 ‘재희’. 물론 극의 흐름에 따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담당 형사가 ‘상현’임을 감안할 때 이는 ‘재희’와 ‘상현’의 사랑을 엮어주기 위한 에피소드로 볼 수 있다.
과연 실제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 실질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청와대 경호실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 중 하나인 언론에 노출될 위험성 때문. 결과적으로 경호팀에서는 최소한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현실이었다면 ‘건희’의 경찰서 연행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프라하의 연인>은 1, 2회를 프라하 현지 촬영분으로 방영해 <파리의 연인>과 유사한 형식의 진행을 보였다. 극중 재희는 외교관으로 1, 2회 상황에서는 주한 체코 대사관 외무관이다. 드라마 내용상 ‘재희’는 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체코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해왔다. 따라서 그는 체코 거주 당시 ‘외교관’에서 ‘영애’로 신분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영애’의 신분이 된 뒤 청와대경호실 직원이 체코로 파견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드라마에선 경호원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건장한 경호원이 체코에 있었더라면 ‘재희’가 마라톤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민할 이유가 없었고 ‘상현’과 가까워질 계기도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거주 시에도 경호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얘기한다. 대통령 자녀가 해외에 상주하는 상황에서 위해를 받게 된다면 이 역시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당선과 동시에 가급적 본부(외교통상부)로 발령이 나 국내에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