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에 출마를 선언한 강은희 의원. 강 의원은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작은 사진)와 경쟁을 치르게 됐다. 연합뉴스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공모한 강은희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당협위원장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가장 ‘핫한’ 경쟁을 치르게 됐다. 강 의원은 대구 토박이로 지역에서 IT기업을 운영했지만 이한구 현 지역구 의원이 김 전 지사를 강하게 미는데다, 김 전 지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이에 지역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려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는 각오다. 강 의원은 당협위원장에 선출되지 않더라도 공천 때까지 ‘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친박 핵심의원이어서 ‘비박 대 친박’ 경쟁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강 의원이 김 전 지사를 넘어서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의원과 ‘혈전’을 벌여야한다.
체육계를 대표해 비례대표에 당선된 이에리사 의원도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에 공모해 ‘의외의 복병’이라는 평가다. 이 지역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로 강 전 의장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당협위원장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최봉홍 의원은 부산 사하을 당협위원장에 공모해 선출될 경우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의 아성에 도전해야 한다.
이미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의원은 총 8명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으로 비례대표 1번을 달았던 민병주 의원은 지난해 3월 대전 유성구 당협위원장에 선출됐다. 민 의원은 지역에 위치한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원자로’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지역은 분구가능성이 있지만 분구가 안 될 경우, 3선이자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
주영순 의원은 전남 무안·신안 당협위원장을 맡아 야당의 텃밭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장애인 대표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정록 의원은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되어 4선의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과 맞서게 됐다. 탈북자 출신의 경제학박사인 조명철 의원은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방송인 배우자의 ‘활약’이 기대되는 의원들도 있다.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인 이재영 의원의 아내는 MC 출신 박정숙 씨로 이 의원의 인지도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강동을 지역이 여야가 교차로 당선된 지역이어서 누빈 만큼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청년 대표로 비례대표가 된 김상민 의원은 분구 가능성이 큰 경기 수원 지역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1월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와 웨딩마치를 올려 김 전 아나운서의 ‘내조’도 기대를 모은다.
김상민 의원과 아내인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 왼쪽은 MC 출신 박정숙 씨와 이재영 의원 부부.
양창영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에 선출돼 출마준비를 하고 있다. 박창식 의원은 경기 구리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해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고,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이상일 의원은 경기 용인을 당협위원장에 일찌감치 선출돼 지역 민원 해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의원들은 분구 지역을 노리기도 한다. 이만우 의원은 분구 가능성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류지영 의원은 강남 분구지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근 의원도 분구 가능성이 있는 고향인 용인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변인인 민현주 의원 역시 분구 지역구를 기대하고 있어 분구지역을 향한 ‘눈치작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비례대표직을 승계 받았던 이운룡 의원은 ‘야성’이 강한 일산 동구에 출사표를 냈고, 윤명희 의원은 경기 이천에서 무소속 유승우 의원에 맞서고 있다. 김장실 의원 역시 부산 사하갑 지역에 최근 사무실을 마련했다. 의사 출신인 신의진, 문정림 의원은 수도권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김현숙, 신경림, 이자스민 의원 등은 아직 출마의 뜻을 굳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다문화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인춘 의원은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에 선출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를 내놓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에서 지역구 의원이 되는 길을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지역구 의원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조직력이 약할 뿐만 아니라, 텃밭지역에 공천 받을 확률도 적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1명 중 8명, 새정치연합은 23명 중 1명이 18대 국회에서 생환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는 문턱이 더욱 높아져 새누리당 비례대표 22명 중 나성린(부산 진구갑) 의원만, 새정치연합의 경우 15명 중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의원과 안규백(서울 동대문구갑) 의원 등 단 3명만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또한 비례대표로 대박을 친 정치인도 많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들어와 이듬해 치러진 대구 동구을 재·보궐 선거에 당선돼 3선까지 성공했다. 새누리당 나경원(서울 동작구을·3선), 새정치연합 박영선(서울 구로구을·3선) 의원 등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4년간의 의정 활동 경험을 토대로 직능의 대표를 넘어 지역을 대변한다는 데 대한 긍정론도 있다. 하지만 출마 자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직능, 계층, 소수자 등 다양한 대표성을 반영하기보다는 당 지도부의 ‘자기 사람 심기’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종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