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29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황정민(왼쪽)과 전도연. 전도연은 이날 가슴이 깊게 파인 파격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모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홍보 활동에 적극적인 차승원은 모든 과정에서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보통 개봉 1~2주일을 앞두고 배우들은 홍보팀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같이 이동을 하는 짬짬이 포스터나 예고편 등 마케팅에 대한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는 것.
의견 개진 정도가 아니라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달콤한 인생>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던 이병헌은 영화의 개봉 당시 <달콤한 인생>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병헌은 심야에 진행되는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해 마라톤 미팅을 주관하는 등 제작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형식적으로 이름을 걸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콘티까지도 만들면서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
촬영 분량 중 삭제된 컷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이병헌은 편집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 특히 편집과정에서 잘려 나간 장면들을 재활용해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것 자체가 이병헌의 아이디어다. 편집 일주일 전부터 삭제 컷을 꼼꼼히 챙긴 이병헌은 노트에 뮤직비디오에 대한 구상을 자세히 적어 놓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뮤직비디오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형사>에서 놀라울 정도의 고난도 액션신을 소화해낸 하지원은 ‘성실’을 무기로 한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프로다운 자세로 사랑을 받는 하지원은 무대 인사나 인터뷰 등 마케팅팀이 홍보를 위해 요구하는 일정을 철저하게 소화해낸다. 개인적인 일정 등을 이유로 영화가 개봉될 때 고작 하루 이틀만 인터뷰나 방송출연에 할애하는 다른 톱스타들과는 대조적인 자세.
또 때에 따라서는 주제가를 직접 부르는 등 본업인 연기 외에도 다른 방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는 스타도 있다. <너는 내 운명> 예고편에 실릴 음악을 전도연 황정민이 직접 불러 대대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게 대표적인 예. 최근 개봉 첫 주말 1백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면서 겨울 극장가 흥행돌풍을 불러일으킨 김주혁 봉태규 주연의 <광식이 동생 광태>도 주인공들이 주제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 (왼쪽부터) 차승원, 이병헌, 하지원 | ||
공인 연기파 배우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A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면서 사랑을 받는 A는 현장에선 인기가 좋은 편이다. 촬영 스태프 막내까지도 챙기는 섬세함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마케팅팀 사이에선 악명이 높다.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에 일일이 ‘오케이 사인’ 받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A는 사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편. 어떤 캐릭터를 맡든 상관없이 망가진 모습이 담긴 사진은 절대 유출 금지다. ‘나이 들어 보인다’ ‘기혼처럼 보인다’ 등의 이유로 번번이 사진 자료가 ‘킬(kill)’되고 마니, 마케팅 전략 또한 매번 암초를 만나게 되는 격이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B도 보도자료의 사전 확인을 주문하는 스타일. 비록 흥행배우로 충무로에서 완전히 자리를 굳혔지만 아직 신인배우인 그가 마케팅팀에 요구하는 것은 거의 중견배우 수준이라고 한다.
김수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