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 ||
그렇다고 그냥 수장해 버리기엔 연예인 관련 뒷얘기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이유로 그럴듯한 소문들이 간호사들 사이에서 남몰래 흘러 다니고 간혹 이런 얘기들이 병원 밖으로 새어나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 나도는 연예인 진료 관련 루머들을 따라가 보도록 한다.
가장 많은, 그리고 치명적인 소문의 발원지는 응급실이다. 그렇다고 응급실 간호사가 뛰어난 ‘루머 메이커’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업무가 가장 많은 부서라 ‘루머’의 흐름에서 다소 소외되어 있는 편이다.
문제는 응급실의 개방성에 있다. 응급실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는 공간인 데다 다른 부서 관계자들도 자주 오가는 장소다. 따라서 응급실은 늘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타부서 간호사와 의사 등이 숨 가쁘게 오간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일지라도 응급실에 실려 들어올 경우 특별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음독설에 휘말린 고현정과 영화배우 강혜정의 입원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들이 응급실에 들어올 당시 이를 확인한 누군가가 지인을 통해 언론에 이 사실을 흘린 것이다. 게다가 응급실이란 늘 ‘위급’이란 상황과 연결되기 때문에 소문 역시 메가톤급의 위력을 갖기 마련이다.
병원 측에서 할 수 있는 보호수단은 응급실에 온 이유와 진료 내용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도다. 진료 기록과 관련된 사안을 함구하는 것은 병원 측이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취재는 기자들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보안 시스템일지라도 구멍은 있기 마련. 이로 인해 해당 병원 관계자가 징계 처분을 받는 사례도 상당수다.
강혜정의 응급실 입원 사실이 알려진 과정은 그 개방성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응급실에 있던 누군가(병원 관계자가 아닐지라도)가 이 사실을 외부에 전파했던 것. 그런데 ‘음독설’로 확산된 데에는 병원 관계자의 깜짝 발언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강혜정의 응급실 입원 이유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한 병원관계자가 음독을 추정케 할 만한 내용의 얘기를 들려준 것이다. 이로 인해 병원은 발칵 뒤집어졌다. 해당 병원의 한 간호사는 “몇 년 전 다른 연예인이 음독으로 입원했을 당시 기자들 때문에 병원이 홍역을 치러 보안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해왔다”며 “그런데 또 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발해 병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한다.
가장 많은, 그리고 치명적인 소문이 생겨날 법하지만 비교적 잠잠한 곳은 산부인과다. 완벽한 보안 시스템 때문. 그런데 가끔은 너무 완벽한 보안 시스템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개인 산부인과 의원. 몇 년 전 인기 중견 연예인 A가 이 병원에서 비밀리에 낙태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며칠 뒤 병원 간호사 가운데 한 명이 징계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해당 간호사가 A의 낙태 수술 사실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아니다. 병원 내부에서 동료 간호사들에게 A의 낙태수술 관련 얘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원장에게 적발된 것이다. 이에 원장은 “A 이름도 거론치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대로했고 해당 간호사를 징계 처리했다. 병원 밖으로 소문이 퍼진 것은 A의 낙태수술 때문이 아니라 가혹한 징계 때문이었다. 이 징계가 타 병원 동료 간호사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레 A의 낙태 사실도 유출된 것이다.
간호사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다름 아닌 ‘징계’였다. 그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지나친 장난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의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몸이 아파 서울 소재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여자 연예인 B는 진료 도중 상반신을 완전히 탈의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내과적인 진료를 받으러 온 까닭에 속옷까지 탈의할 까닭이 없었지만 B는 의심 없이 의사의 지시에 따랐다.
문제는 B가 아무 일 없이 돌아간 뒤였다. 입소문을 통해 간호사들 사이에 이 의사의 엽기적인 행동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것. 결국 병원 고위층에게 보고되면서 해당 의사는 징계 처분을 받아야 했다. 더욱 재미난 사실은 왜 이 의사가 B의 상반신을 탈의시켰느냐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려준 간호사는 “당시 경위서에 그 의사는 ‘가슴이 크다고 소문난 B의 가슴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라고 적었다”고 얘기한다.
진료 내용 이외의 사안에서 발생하는 소문은 비교적 손쉽게 병원 밖으로 퍼져나간다. 법적인 부담감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 가장 흔한 소문은 간호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예인 또는 연예인 가족의 인간성이다.
연예인의 경우 대부분 겸손하고 매너가 좋은 반면 가족들이 지나친 유세를 떠는 경향이 있다는 게 간호사들의 중론. 이런 까닭에 어지간히 친절하지 않고선 그들에게 호평을 얻기 힘들다. 그래도 간호사들이 손꼽을 만큼 좋은 인상을 남긴 연예인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탁재훈. 몇 년 전 지병으로 할머니가 입원해 자주 병원을 찾았던 탁재훈은 친절함과 겸손함으로 간호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세가 심한 경우는 대부분 신인 연예인의 가족이라고. 문제는 대부분 부모들이 자식 자랑을 하는 데 간호사들이 신인이라 잘 모를 때 발생한다.
연예인이 이성과 함께 병원을 찾거나 이성이 병문안을 와서 열애설이 나도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 소재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중인 어느 간호사는 “얼마 전 탤런트 C가 교통사고로 입원했었는데 여자친구가 지극 정성으로 간호해 화제가 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종류의 ‘병원발 열애설’은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연정훈 한가인 부부. 한가인이 팔을 다쳐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았을 때 연정훈이 동행해 열애설이 나돈 바 있다. 비슷한 사례는 외국에서도 많다. 최근에는 린제이 로한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열애설이 병원으로부터 퍼져 나왔다.
반면 단순 병문안이 열애설로 확대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김희선은 병문안 온 윤태영과 열애설에 휘말린 바 있고 이영애 역시 종합병원에서 근무중인 의사와의 열애설에 휘말린 바 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