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얼마 전 결혼을 앞둔 한 스타의 매니저로부터 미팅 약속을 받았다. 약속일 전후로 공식적인 결혼 발표를 했던 그들은 프로그램에 단독으로 결혼 준비 과정 및 신혼집 공개가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면서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위해 만나자는 것이었다. 오호! 이렇게 기쁠 수가.
하지만 결혼식 장소 외에는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제시한 미팅은 바로 구체적인 결혼 계획에 관련된 협찬건을 말하는 것임에 분명했다. 결혼을 앞둔 대개의 스타들의 웨딩 관련 협찬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마당이고 보니 보다 아름다운 결혼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나름대로 대형업체들과의 사전 미팅까지 마치고 그들을 만나러 갔다.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미 유명세 탓에 몇몇 웨딩관련 품목들은 협찬을 받은 상태이니 나머지 것들에 대한 협찬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의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아 예전만큼의 협찬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며,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실비정산 및 할인혜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전하자마자 그들은 바로 실망하기 시작했고 다시 한 번 알아봐줄 것을 요구했다. 기존 호화스런 스타들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혼식 콘셉트를 준비한 담당 PD와 작가는 당황하며 서둘러 자리를 뜰 수밖엔 없었다.
자리를 나온 작가와 PD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개의 경우 협찬 관련 미팅을 할 때 본인(연예인)과 제작진 그리고 매니저가 합동으로 미팅을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협찬 좋아하기로 소문난 아무개 연예인의 경우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협찬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매니저를 통하거나 다른 루트를 통해 이야기를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전체 회의 시간에 그들의 결혼 소식을 단독 공개하겠다는 아이템이 두 팀에서 동시에 올라왔던 것이다. 내막을 알고보니 그 스타 커플은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요일을 담당하고 있던 제작진을 연이어 같은 장소에서 1시간 간격으로 만났던 것이다.
또 다른 아무개 연예인의 경우 결혼식 준비 과정을 그야말로 결혼 관련 다큐멘터리(?)라고 할 만큼 한복, 드레스, 가전 및 인테리어까지 일일이 방문해서 상담하는 과정을 취재해서 방송에 내보냈다. 하지만 다음날 담당 PD는 심의실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바로 경고장이었다. 지나친 간접 광고 노출로 인해 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스타들의 결혼식은 특급호텔에서 수백여 명의 하객들을 모아 놓고 호화 결혼식으로 치러졌다. 스타를 통한 마케팅이 효과가 있음에는 분명하지만 연이어 벌어지는 그들의 결혼 소식은 그래서 달갑지만은 않다. 방송3사의 프로그램은 그들의 결혼 소식을 다루기 위해 앞 다퉈 다양한 협찬을 요구할 것이고, 제작진은 그를 위해 홍보 업체 직원이 돼 여기저기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 박해일(왼쪽), 감우성 | ||
결혼은 인생 최고의 신성하고 의미 있는 행사다. 자칫 협찬과 홍보의 수단으로 결혼식의 신성한 의미가 퇴색해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연예 관련 프로그램의 제작진 역시 지나친 경쟁심을 발동해 순수한 결혼식을 치루고 싶은 스타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제작진 스스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행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