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한 장면. 김수현 작가는 냉정하고 현실감 넘치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 ||
지난주 수요일 첫 방송된 KBS ‘굿바이 솔로’의 화제몰이가 심상치 않다. 첫 회 시청률이 20%를 넘어서면서 노희경 작가에 대한 기대감을 실감케 했다.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사랑’ 등 그동안 주로 30~40대의 시선을 작품 속에 담았던 노 작가는 이번에 20대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소이 천정명 김민희 등 어딘가 노희경 작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어울림을 만들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노희경 작가에 대해 ‘사랑의 아픔과 절실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라고 평한다. 노 작가의 작품 속엔 언제나 사랑에 상처받은 인물들이 있다. ‘거짓말’의 성우(배종옥 분)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재호(배용준 분), ‘내가 사는 이유’의 옥희(배종옥 분), ‘꽃보다 아름다워’의 영자(고두심 분). 드라마 속 인물들은 나이기도 하고 그이기도 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 드라마 <하늘이시여>의 한 장면. 친딸을 며느리로 삼는다는 설정 때문에 ‘패륜’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 ||
SBS ‘사랑과 야망’을 리메이크 시킨 김수현 작가 역시 대사의 묘미를 살리는 데 빼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노희경 작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수현 작가의 대사에는 따뜻함보다 냉정함과 현실감이 있다는 것. SBS ‘청춘의 덫’에서도 극중 심은하의 대사였던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야’와 같은 표현은 바로 수십 년의 경력을 갖춘 김수현이기에 가능했던 것. 한 후배 작가는 “김수현 선생님의 대사를 보면 간혹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촌철살인과 같은 대사가 흘러나오곤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에 김수현 작가는 단지 대본을 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대사를 전하는 배우들의 뉘앙스에까지 신경을 쓰는 꼼꼼함을 보인다. 이는 드라마의 완벽성에 힘을 실어준다. ‘사랑과 야망’에 출연중인 한고은이 ‘미자’역에 출연하기 전 발음 교정을 받았던 것도 김수현 작가의 꼼꼼함과 완벽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KBS ‘인생이여 고마워요’의 대본을 집필하고 있는 박은령 작가는 드라마 시청자들의 대다수인 ‘아줌마’들의 공감을 가장 잘 얻어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집 여자’ ‘두번째 프러포즈’ 등 박 작가의 히트작은 모두 이웃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박은령 작가가 주부들의 마음을 표현해낼 수 있는 데는 그 자신도 결혼 이후 10년 동안 전업 주부로 살아온 경력 덕분. 이화여대 국문과 출신인 박 작가는 한때 ‘장학퀴즈’의 대본을 쓰기도 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며 일을 접고 있다가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뒤늦게 방송작가 교육원에 다니게 됐다고 한다.
▲ 김수현 작가, 노희경 작가, 박은령 작가, 임성한 작가(왼쪽부터) | ||
그런가 하면 임성한 작가의 경우 대사의 묘미보다는 눈길을 끌만한 소재와 스토리로 히트작을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뿐 아니라 전작이었던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이 모두 극 초반 논란을 불러왔던 것도 자극적인 소재 때문이었다.
임 작가가 즐겨 쓰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출생의 비밀’. ‘인어아가씨’에서는 주인공 아리영(장서희 분)이 이복동생 예영(우희진 분)과 삼각관계로 얽히며 아버지(박근형 분)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된다. ‘왕꽃선녀님’ 역시 주인공 초원(이다해 분)이 갑자기 무병을 얻고 무녀의 피를 갖고 태어난 것임이 밝혀지게 되는 스토리였다. ‘하늘이시여’도 자경(윤정희 분)이 친엄마(한혜숙)의 며느리가 된다는 설정 때문에 인기와 함께 적잖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임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호평과 함께 악평도 뒤따르고 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일단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방송국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은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비평에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임 작가의 작품이 시청률이 높다보니 출연배우들에겐 득이 따르기도 한다. ‘인어아가씨’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된 장서희, ‘왕꽃선녀님’으로 주연급 배우로 올라간 이다해, 신인이었다가 인기배우로 급성장한 ‘하늘이시여’의 윤정희, 이태곤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