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언 김미화가 오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 ||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하며 ‘개그콘서트’ 기획에 앞장서 ‘극장식 개그’의 장을 열었던 김미화는 지난 2003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 또 다른 영역에서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영역이 ‘시사’인 탓에 김미화는 선거철마다 영입설에 시달리고 있다. 또 다시 불고 있는 김미화 정치권 진출설의 실체를 되짚어봤다.
그 시작은 손석희 아나운서였다. MBC ‘100분토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며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손 아나운서는 최근 정든 MBC를 떠나 성신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 문화정보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손 아나운서의 사직서 제출은 곧 ‘정치권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몇몇 언론에서는 대학 강단에서 ‘몸 세탁’을 한 뒤 정치권으로 이동할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했을 정도다. 그러나 손 아나운서는 “비판하다가 비판받는 쪽으로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번째 주자는 MBC의 또 다른 간판 주자인 엄기영 앵커다. 엄 앵커 역시 강하게 정치권 진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언론인을 마치 당원처럼 생각한다”는 엄 앵커의 발언이 화제가 됐을 정도. 이에 손 아나운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여당의 엄기영 앵커 영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말로 힘을 더했다.
▲ 손석희(왼쪽), 엄기영 | ||
김미화는 지난 총선 때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당시 한나라당의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이 시기가 개그맨에서 시사 전문 방송인으로 변신한 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만큼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유를 두고 ‘정치권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어렵게 새로운 영역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김미화는 너무나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안은 소문의 발원지가 정치권이 아닌 방송계라는 부분이다. 김미화의 정치권 진출설에 대한 확인 취재에 들어간 기자는 우선 각 정당의 입장을 먼저 확인해봤다. 각 정당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김미화가 영입 대상 후보군에 오를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영입 작업을 벌일 대상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지방선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 반면 총선에서는 여성계를 대표하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어 다음 총선에선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방송계에선 김미화의 정치권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치 불이 지펴지기도 전에 부채질만 요란하게 해대는 모양새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여러 방송 관계자들을 접촉해본 결과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우선 가시적인 이유는 개그맨에서 시사 전문 방송인으로 변신한 과정에 숨은 뜻이 있다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누구보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돼 버린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의 시발점이 된 이가 바로 김미화다. 현재 김미화가 활동중인 NGO만 해도 50여 개가 넘을 정도. 게다가 지난 2002년에는 ‘효순이 미선이 압사사건’의 가해자가 무죄평결을 받자 이에 항의하는 연예인 기자회견을 주도하며 회견 당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고 이라크 파병 반대 1인 시위에도 나섰다. 이런 남다른 연예인의 모습을 두고 방송계에선 ‘김미화가 정치권에 진출하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런 시선에 대해 김미화는 이미 여러 차례 분명한 의사 표현을 했다. 방송인으로서 늘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는 직업관을 분명히 한 것. 정치·사회현상을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는 정통 정치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의사와 함께 말이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