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로 막 내린 MBC 토크쇼 <오아시스>. MC로 나섰던 이문세(왼쪽)와 첫 출연자 최민수. | ||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토크쇼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 1년 전 MBC에서는 <오아시스>라는 기존 토크 프로그램의 형식을 파괴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MC를 두고 제작진은 몇 달을 고심해야 했다. 일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MC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토크쇼 MC는 더욱 힘들었던 것이다. 당대 최고의 MC라 일컬어지는 많은 MC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나이가 많아서 혹은 너무 코믹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급기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인물인 이문세로 낙점이 되었다. 이문세는 기존 음악 토크쇼를 오랫동안 진행해온 이력과 뛰어난 순발력, 게다가 누구에게나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담당 PD 또한 이문세의 선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토크쇼의 중요한 부분은 어쩌면 MC보다는 게스트다.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첫 게스트로 과연 누가 나와 줄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예전에는 첫 번째 출연자라는 이유로 섭외에 많은 이점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연예인들은 일단 누가 나오는지 한번 보고 출연 의사를 밝히겠다는 대답이 많아 첫 출연자를 섭외하기란 쉽지 않아졌다.
당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던 최민식, <태극기 휘날리며>의 감독 강제규, <말아톤>의 주인공 조승우가 거론됐지만 다들 스케줄상의 문제와 첫 출연에 대한 부담으로 고사를 한 상태. 급기야 당시 MBC에서 주말 드라마를 촬영중이던 최민수를 다시 섭외하기에 이르렀고 드라마팀에서 약간의 스케줄을 조정한 뒤 첫 녹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구성도 큰 문제였다. 기존 오락 토크쇼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정통 토크쇼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의 이미지에 걸맞은 구성과 질문이 필요했다. 게다가 출연자인 최민수는 이미 아침 토크쇼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사생활이나 그의 인생론이 많이 거론되어 있는 상태. 당시 제작진은 “새로운 방식의 토크쇼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롭지 않은 토크쇼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 버라이어티 형식의 연예인 토크 프로그램인 MBC <놀러와> (위), SBS <야심만만>의 한 장면. | ||
아침 토크쇼라고 해서 사정은 남다르지 않다. SBS의 경우 올해 10년째를 맞이했고 KBS의 경우 프로그램의 이름과 진행자가 바뀌었지만 같은 포맷을 수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매일 진행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섭외부터 방송사마다 과열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섭외부터 녹화 전의 까다로운 요구까지. 어느 것 하나 신선한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정통 토크쇼의 이미지에 맞는 전문MC 부재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국내 토크쇼의 경우 ‘토크’보다는 ‘말장난’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MC의 자리를 주로 개그맨들이 채우고 있다 보니 그저 코믹과 개그를 선보이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제작진은 아이템 부족을 출연진으로라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자리 잡은 버라이어티 형식의 연예인 토크 프로그램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심만만>이나 <놀러와>와 같은 랭크쇼는 이제 너무 식상해져 버렸다. 그나마 녹화장에서 출연진들의 ‘폭탄 선언’이 터져주지 않는다면 현재의 시청률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오프라윈프리쇼, 투나잇쇼, 레이트쇼 등은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토크 프로그램의 타이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정통 토크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