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속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 오랜 세월 활동했던 중견배우 Y. 몇 년 전 그가 만년 조연의 설움을 딛고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 주연의 감회, 그동안의 맘고생, 조연과 주연의 차이점 등의 질문을 준비했고 첫 주연을 하게 된 그를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허나, 중견배우의 젠틀한 이미지를 기대했던 나는 그의 답변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유는 질문이 하나같이 맘에 안 든다는 거였다. 도대체 주연과 조연의 차이가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며 잔뜩 인상을 쓴 채 나를 시종일관 구박했다. ‘영화 속 연기를 보여 달라’는 조심스런 부탁에도 ‘쓸데없는 짓 좀 시키지 말라’며 나를 무안하게 했고 많이 귀찮았는지 직접 인터뷰를 마무리지어주었다. 쓸 그림이 하나도 없었던 당시 인터뷰는 결국 방송에서 단신처리 됐다.
역시 중견배우로서 여전히 원숙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두 명의 K. 얼마 전 후배들과 함께 뜻 깊은 취지의 화보 촬영을 한다고 해서 역시 마이크를 들고 찾아갔다. 밤늦은 촬영에 모두들 피곤해 보였지만 프로답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촬영에 임해 ‘아! 역시 스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고 몇 분 만에 그 환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터뷰 도중 질문이 유치하다며 1분 간격으로 한 명씩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정말 대기실 쪽으로 몸을 숨기는 것 아닌가. 스태프들과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함께 인터뷰를 하던 후배탤런트들도 매우 놀란 듯 보였다.
개성 넘치는 연기와 환상의 애드리브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중견여배우 K도 내게 아픈 기억을 안겨주었다. 한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경기도 남양주의 세트장까지 찾아갔다. 안면이 있는지라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냉랭한 그녀의 태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슨 인터뷰 약속이 사전에 없었다는 거다. 무슨 소린가? 매니저와 분명히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야 들은 얘긴데 그날 K는 자신의 헤어와 의상, 역할 등이 모두 맘에 안 들어서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다고 한다. 몇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결국 인터뷰에 응해주지 앉았고 시종일관 그녀의 담배 연기만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무시 못 할 카리스마(?)를 느낀 채 필름 한 장 돌리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두서없이 털어놓다 보니 우리시대의 진정한 중견 배우들의 모습에 이 글이 혹 누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일부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나 리포터에게 어머니, 아버지뻘은 족히 되는 그들에게 감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중견 스타 여러분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과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높이 존경하는 바, 인터뷰 매너에서도 그런 노력과 노련미를 보여주신다면 더욱 많은 사랑을 받으실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