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신동엽을 마주한 것은 지난 11일 저녁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였다. 신동엽은 이 건물을 지으며 위층은 신혼집으로 아래층은 사무실로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방송과 잡지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는 이곳은 한눈에 봐도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정성들여 꾸며져 있었다.
신동엽은 이곳으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꼬박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근을 했다가 방송국 녹화에 가고, 녹화 끝나면 다시 사무실에 들러 업무를 보는 식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씩은 회의에도 직접 참석한다. 개그맨으로서 그동안 수없이 해왔던 아이디어 회의보다는 ‘부담’이 덜하지만 ‘책임감’은 훨씬 크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사업가로 변신한 뒤 아무래도 더 바빠졌을 텐데 어떤 점들이 이전과 달라졌나.
▲예전에는 내 자신과 관련된 문제만 가지고 에너지를 소비했었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개인적인 일로만 받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뿐 아니라 회사에 소속된 다른 연예인, 임원들, 직원들 문제에도 다 신경 써야 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하니까 처음엔 굉장히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그 맛이 있더라.(웃음)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DY엔터테인먼트 출범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신동엽 김용만 유재석 이혁재 노홍철. | ||
―출범식 당시 회사 대표로서 노조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 했는데.
▲소속 연기자들에게 ‘아, 우리 회사가 이런 게 참 좋구나’란 생각을 하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을 순 있겠지만 아직까지 내 귀에 들어온 적은 없다.(웃음)
신동엽을 대표로 ‘모시게’ 된 김용만 유재석 이혁재 노홍철 등이 DY엔터테인먼트의 대표주자들이다. 신동엽 입장에선 이들의 스타성과 잠재력에 대해 남다른 분석을 내렸을 것이다.
―동료, 선배가 아닌 회사의 대표로서 소속 연예인들에 대해 평을 한다면.
▲김용만 씨는 굉장히 안정감이 있다. 예전에 ‘브레인 서바이버’ 진행 할 때 그 여러 명의 연예인을 앉혀 놓고 쥐락펴락 하면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감탄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분야에서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재석 씨는 모든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정말 몸을 아끼지 않는다. 여러 명 연예인들이 모이면 간혹 누군가는 상대방의 기에 눌려서 제대로 자신의 끼를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유재석 씨는 그런 상황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던져가며 그들을 띄워주려고 노력한다.
이혁재 씨는 흔히 맨땅에 헤딩 한다고 말하는데(웃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데도 무대에 올라가면 혼자서 몇 시간을 끌어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다. 난 언젠가 이혁재 씨가 지금보다 훨씬 사랑받고 인정받게 될 거라 생각한다. 노홍철 씨 같은 경우는 정말 가끔 생각지도 못한 기발하고 신선한 얘기를 많이 한다. 말하는 톤은 가볍지만 그 내용을 잘 들어보면 촌철살인과 같은 말들이다. 우리나라 연예인들 중 참 독특하고 독보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장난꾸러기였던 신동엽은 일상생활에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무작정 좋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연극영화과에 다니던 시절에도 학교 내에서 ‘웃기기로’ 소문나 있는 인물이었다. 단짝 친구였던 안재욱(그는 신동엽의 결혼식 사회도 맡는다)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겪은 에피소드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
이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별다른 무명시절 없이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신동엽에게도 본인만이 느꼈던 힘든 시절은 있었다고 한다.
―무명 생활이 없는 연예인 중 한 명인데 본인은 언제가 고비였다고 생각하나.
▲SBS에서 한동안 활동하다가 MBC로 옮겼을 때 처음엔 걱정이 참 많았다. 당시엔 내가 SBS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주변에선 ‘거기서 잘 하고 있는데 왜 굳이 옮기려 하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때 MBC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했었는데 두세 달 지나니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심적 부담도 컸던 시기에 잘 된 프로그램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음…그렇다.(웃음) 나는 내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그동안 선구자적 일은 좀 해온 것 같다. 개그맨으로서 시트콤에 처음 출연했던 것도 나로선 큰 도전이었고 데뷔 초 월급 40만 원 받고 그럴 때 나는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를 돈을 주고 고용했었다. 처음엔 개그맨 선배들이 ‘저거 미친 놈 아냐’라는 소리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로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훗날엔 주변에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다들 나같이 하게 되더라.
―친화력을 강점으로 꼽는 이들이 많은데. 본인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밉상은 아니다.(웃음) 중요한 건 시청자들하고 ‘친해져야’ 한다. 그 방법은 내가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진심인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하면 시청자들도 그걸 눈치 챈다. 그래서 내가 간혹 변태 연기를 하더라도 밉지 않게 봐주시는 것 아닐까.(웃음)
―MC로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난 ‘듣는’ 훈련을 많이 한다. 좋은 MC가 되려면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저 말 끝나면 무슨 말을 할까’를 고민한다. 그건 듣는 게 아니다. 난 진심으로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끝으로 신동엽에게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개그맨의 정의를 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고귀한 사람들이죠. 나이 들면서 박장대소 하면서 웃기가 힘들어져요. 어떤 걸 보고 감동을 얻기도 힘들죠. 헌데 사람들이 결국엔 가장 관심을 갖는 쪽이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인데 거기에 아주 큰 일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개그맨 아닐까요.(웃음)”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