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렸던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은 말들이다. 여기저기 치이느라 아직까지 시퍼렇게 멍이든 두 손으로 뒷얘기들을 써볼까 한다.
시상식이라 하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화려한 축제임에 틀림없지만 어디 우리에게도 감히 축제라 할 수 있을까. 시상식장은 아직 군대도 안간 나에게 마이크란 총을 쥐어준 ‘전쟁터’였다.
이번 시상식에서 단연 최고의 장면을 꼽자면 다름 아닌 취재진들과 경호원들과의 몸싸움 현장이었다. 해마다 있는 풍경이긴 하지만 이번만큼 나의 전투력이 극에 달했던 상황도 드물었을 것이다. 조금 늦게 식장에 도착한 남상미에게 카메라가 몰리던 중 누군가의 발에 밟혀 그녀의 드레스가 찢어졌고 그 이후로 예민해진 경호원들은 살벌하도록 무서운 경호를 펼쳤다. 더구나 생방송 시간에 쫓겨 입장을 강요하는 주최측 때문에 인터뷰 따내기는 더더욱 힘들었고 결국 최진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던 중 나는 경호원이 휘두르는 팔꿈치에 가격당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심지어는 갑자기 “밀겠습니다” 하더니 취재진과 팬들을 불도저처럼 우르르 밀어내는 게 아닌가? 홍콩에서 온 한 여자 리포터는 어설픈 한국말로 여자 몸을 이렇게 막 만져도 되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조승우의 입장 때는 경호원들과 취재진들의 힘에 밀려 국립극장의 기물이 파손되는 작은 사고도 있었는데 여차하면 깨진 유리 조각에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독특한 취재 방법도 동원됐다. “카메라를 향해 손 한번 흔들어주세요~”라는 식의 애교 섞인 피켓이 나타나기도 했고 수많은 카메라를 출입구마다 배치하는 물량 공세 취재도 등장했다. 마이크만 갖다 대고 허공에다 질문을 쏟아내는 리포터들도 많았다.
이번 시상식에서 역대 최악(?)은 아무래도 김혜수의 패션이 아닐까싶다. 뭐니뭐니해도 시상식에서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그녀의 옷차림이었는데 사실 이번 그녀의 드레스는 패션 자체를 떠나 뭇 남성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데서 감히 최악이라 할 수 있겠다^^.
200여 명의 수많은 일본 팬이 함께했다는 점도 이번 시상식의 특징이었다. 최우수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뵨사마’ 이병헌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은 그들의 정성은 한국의 동방신기의 수많은 극성팬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취재진도 자리 잡기 힘든 포토라인 앞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목이 터져라 이병헌을 외쳐댔다. 한 일본팬의 꽃다발을 미처 받지 못해 다시 한번 무대를 가로지른 이병헌의 세심한 매너는 그들에게 충분한 팬 서비스가 됐을 것이다. 그나저나 데니스 오 보고 다니엘 헤니라고 쫓아가던 일본 아줌마는 어떻게 됐나 몰라.
그런데 나는 시상식 도중 인터뷰한 스타들을 한 명씩 체크해보다가 대단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부문별 후보 중 단 한 명인 수상자들은 수상 사실을 미리 알고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상을 받으러 나온 이준기에게 베테랑 MC 신동엽이 “오늘 2관왕인데 기분이 어떠냐”는 실수가 벌어질 정도였다.
시상식의 그 화려함과 수많은 뒷얘기 속에서 나한테 남은 건 영광의 상처뿐이지만 힘든 와중에도 나를 보고 한마디 더해주며 카메라를 향해 손 흔들어준 스타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서 두 번 다시 경호원들에게 맞지 않아야겠다. 두고 보자!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