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친구>로 대박을 터뜨린 곽경택 감독-유오성 듀오가 다시 손을 잡은 영화 <챔피언>. | ||
‘불귀의 객’이 됐지만 그는 이후 국내외에서 ‘무관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최근 그를 기리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챔피언>이 다음달 29일 개봉할 예정. 그러나 김득구 선수의 가족들은 이 영화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곽 감독은 <챔피언>의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권투 그 자체보다는 김득구라는 인물의 삶과 사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의 항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 김 선수의 이복형 김근익씨는 “영화 내용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직 개봉도 안한 상태에서 유가족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는 지난 80년대 이미 <울지 않는 호랑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 김씨는 이 영화에서 “득구에게는 계부였던,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 하지만 주인공 고 김득구 선수(오른쪽 작은 사진)의 가족들이 영화 내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게 됐다. | ||
<챔피언> 역시 김 선수의 가족 관계에 대한 억측이 있을까봐 미리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이들은 곽 감독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지난해 여름 강원도 고성 반암리에 있는 김득구의 묘소로 찾아왔을 때, 묘조차 촬영할 수 없게 막았다. 또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김 선수의 성장과정을 들려달라고 할 때도 거부했다. “자꾸 죽은 아이 이야기를 들춰내서 무엇하느냐”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복형 김씨는 “당시 득구 아이를 임신한 이아무개씨와 사망보험금을 둘러싸고 벌인 일이 다시 회자될까봐 매우 꺼림칙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복형제들이 영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더 큰 이유는 곽 감독이 이씨를 만나 촬영허락을 받았다는 점. “가장 가까이서 20년 넘게 생활한 우리 이야기는 모르면서 약혼녀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 아니냐”며 불쾌해 한다.
그러나 <챔피언>을 제작하는 쪽의 입장은 다르다. 홍보담당 정은선 실장은 “곽 감독이 약혼녀를 만난 것은 단순한 허락 차원이었을 뿐, 어떤 얘기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챔피언>은 김득구를 소재로 한 픽션일 뿐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곽 감독 역시 한 영화지와 인터뷰에서 “가족들로부터는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가까스로 김 선수와 절친한 친구였던 이상봉이라는 분을 만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챔피언>은 김득구의 ‘삶과 사랑’을 조명할 예정. | ||
만일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기막힌 인생유전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계부 밑에서 자란 점, 20세 초반부터 권투를 하겠다고 나선 점 등이 아버지 김득구와 빼닮았기 때문이다.
영화 <챔피언>이 김 선수의 가족간 해묵은 감정을 들추며 불화의 씨를 지피고 있는 이 즈음, 그의 아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울러 영화 개봉후 이들의 가족관계는 또 어떻게 변할지 그 추이도 주목된다.
천승명 기자 luci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