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재덕 | ||
얼마 전 새 앨범 홍보 차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생방송에 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생방송 30분 전 제작진은 임형주의 매니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 어쩌죠? 형주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아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그리고 이후 약 10분간 본인 및 매니저, 어머니와도 모두 연락두절이었다!! 모든 스태프들은 그 때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타로 출연할 연예인을 구하기 시작했다. 마침 옆 스튜디오에서 시트콤 촬영이 한창이었지만 누가 그 상황에서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외칠 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10분 후. 임형주의 매니저로부터 드디어 전화가 걸려왔다. “미용실에서 나오는 골목에서 택시와 부딪쳤고 형주씨가 조금 다친 듯해요.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그 말을 듣고 “그럼 방송에는 오실 수 있는 건가요?”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매니저가 전화를 끊었다. 헉~~!! 곧이어 임형주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주가 좀 다쳤지만 방송은 한다고 하네요”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스태프들은 환호를 지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그 순간만 돌이켜 보면 아찔하다.
평소 자상남으로 드라마에서 편안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탤런트 선우재덕은 얼마 전 사업가로 변신한 뒤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초반 CEO로 변신한 계기와 사업의 성공, 실패담을 털어놓은 그는 평소의 모습답지 않게 단답형으로 대답해 진행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가족 얘기로 화제를 옮기자 그는 본래의 활기를 찾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그는 이제 막 두 돌이 되는 쌍둥이 남자아이와 큰 아이까지 아들 셋을 키우는 아빠다).
▲ 임형주(왼쪽), 이승철 | ||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생방송으로 진행될 때 가장 진땀이 나기 마련이다. 리허설만 해도 세 번 이상 진행되고 하루 종일 프로그램을 준비하지만 워낙 많은 가수들과 백댄서들이 동원되니 언제 어느 때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수 이승철과 노사연이 한 무대에서 듀엣으로 ‘미녀와 야수’의 주제곡을 불렀던 적이 있었다. 선곡 작업부터 심혈을 기울였지만 서로 아는 곡이 너무나 달랐던 이들은 방송 전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까닭에 급하게 가사를 적어주기를 원했다. 스태프들은 방송 30분 전 부랴부랴 가사를 전지에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가사를 이승철이 잘 보일 수 있는 곳에 배치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급하게 방청석 중 가장 앞자리를 비우고 막내 작가가 그 자리에 앉았다(요즘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프롬프터라는 가사가 나오는 모니터가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 기계가 대중화되지 않아 가사나 생방송 중 토크 내용을 전지에 써서 스태프들이 들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헌데 가사를 적어달라던 이승철은 어느 순간 감정에 몰입해서는 전지를 들고 있는 작가 쪽은 아예 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이승철은 특유의 멋진 폼으로 노래를 마쳤고 스태프들 모두 그의 감동적인 노래에 다들 눈을 감았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작가들이 우르르 몰려가 “너무 잘 들었어요. 가사 잘 보이셨죠?”라고 물었더니 이승철 왈, “보이긴, 종이가 반이 접혀서 1절을 두 번 불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