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단 한 사람을 보려고 도쿄돔에 운집한 5만여 명의 일본팬들. 이병헌은 전날 10시간이 넘는 리허설을 소화하며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 ||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지에서 느낀 이병헌의 인기는 한 마디로 상상 초월이었다. 일본의 골든 위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을 보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수많은 팬이 몰려 도쿄돔 주변은 거의 마비 상태였다. 취재진들 역시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할 정도라 통제를 위해 안내 요원의 지휘 아래 조를 지어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월드컵이나 큰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이상 5만여 명의 관중을 모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오직 이병헌 한 사람을 보기 위해 구름 같은 관중이 모이고 그것도 발매 당일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또한 엄마와 딸이 함께 손수 제작한 이병헌 티셔츠를 입고 차분히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나 부부 동반으로 함께 도쿄돔을 찾은 모습 등이 퍽 인상적이었다. 어설픈 한국말로 “싸랑해요 병헌 씨”를 외치는 모습은 이젠 더 이상 낯설지가 않았다.
재밌는 점은 우리 돈으로 최고 25만 원을 호가하는 티켓은 물론이거니와 수십만 원어치 이병헌 관련 기념 상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입하는 모습이었다. 있는 사람들만이 즐긴다기보다는 그들은 적어도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인상이었다.
▲ 5만여 명이 모인 도쿄돔에서 포즈를 취한 이병헌. | ||
이번 이병헌의 팬 미팅은 한류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과 함께 성황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생생한 분위기를 함께 했던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팬 미팅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꼽아봤다.
첫째, 일본 관중들의 질서정연함이다. 웅장한 도쿄돔조차 비좁게 만든 대관중들이었지만 세 시간의 공연 내내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는 대신 잔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병헌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둘째, 환상의 연출력을 보여준 일본 연출팀이었다. 아키모토 야스시라는 공연 기획자가 연출한 이번 팬 미팅은 다양한 개인기를 보여주는 버라이어티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구성과 연출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무대 뒤, 무대 위, 그리고 관중이 하나가 된 듯한 삼위일체의 카메라 연출도 그렇거니와 오프닝 무대에서 이병헌이 괴한에 총을 맞고 떨어지는 설정 등 독특한 이벤트로 5만 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1분 1초의 오차가 없는 진행도 매우 깔끔했으며 취재진에 대한 일정 부분의 통제 역시 잘 이뤄져서 한국에서처럼 우왕좌왕식의 ‘들이대기 취재’도 전혀 볼 수 없었다.
정말 욕먹을 각오하고 쓰는 얘기인데 일본이 왜 문화 선진국이라 불리는지 공연 내내 느낄 수 있었고, 무대 위 스타나 지켜보는 취재진으로서 매우 부러운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 이날 행사의 게스트로 출연한 최지우. | ||
포스트 배용준의 등장이 필요하다느니, 한류의 거품론, 한류의 위기론 등 이런저런 얘기가 많지만 적어도 진정한 한류 스타로서 많은 노력을 쏟는 이병헌만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번 취재를 하며 모 드라마의 프로모션차 일본을 방문한 또 다른 남녀스타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팬 미팅일정 내내 동행 취재를 했지만 그들은 인사만 겨우 준비해 한류 스타로서의 책임감이나 이병헌만큼 철저히 준비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국위 선양을 위해 힘쓰는 진정한 한류 스타들의 노력 속에서 옥에 티가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