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한때 김제동 어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네티즌들의 작품이었지만 역시나 그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달변가였으며 최고의 ‘문장가’임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윤도현의 러브레터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가 열렸던 자리였다. 윤도현과 당시 보조 MC로 큰 활약을 보이던 김제동에게 기자들의 각종 질문이 쏟아졌는데 당시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지 않느냐는 조금은 난해한 질문이 던져졌다.
매우 당황해하는 윤도현과는 다르게 김제동은 침착하게 이렇게 답했다. “사람은 저마다 냄새가 다른 것처럼 저마다 색깔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색깔을 누가 더 아름답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저마다 자기의 색깔이 가장 예뻐 보인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그리고 도현이 형과 저처럼 두 가지의 색깔이 모여 100회 특집이라는 색다른 빛깔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기자석 여기저기선 ‘와~’하는 감탄이 흘러 나왔으며 함께 있던 윤도현 역시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할 수 있냐며 ‘대단한 제동이’라고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사석에서 김제동을 만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더니 역시나 멋진 어록으로 답해주었다.
“리포터와 연예인은 마치 투수와 타자 같아. 리포터가 투수가 돼서 질문이라는 공을 던지면 연예인은 타자가 돼서 받아치거든. 때론 질문에 헛스윙 당할 때도 있고 때론 홈런으로 받아칠 때도 있는 거야. 타자는 공이 맘에 안 들면 골라내기도 하고 투수는 요리조리 변화구도 던지잖아. 그러다가 투수도 화가 나면 때론 위협구도 던지더라구~. 데드볼은 조심하면서 경기해야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완벽한 비유에 역시나 김제동 어록의 저자(?)답다는 걸 느꼈다.
▲ 이현우(왼쪽), 양동근 | ||
이현우 특유의 진중함이 묻어나오는 말이었는데 너무너무 신기한 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당시 힘들었던 것도 그 한마디에 쉽게 잊혀졌다는 거다. 난 이 말을 아직까지도 깊이 새기고 있다.
정체불명의 카리스마 가수 전인권과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어록에 담을 만한 말들은 의외의 질문에서 많이 나온다. 당시 문희준의 록 음악 도전에 대해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선배로서 문희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나름의 궁금한 점을 물어봤고 역시나 솔직담백한 답이 나왔다.
“나는 솔직히 문희준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어. 그래서 내가 평가할 수는 없는데…. 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왜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사람이 하고 싶은 거 못하면 미쳐, 알잖아?”
록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면서도 그만의 철학이 담긴 대답이었다. 정말이지 그 카리스마란 휴우~^^.
감동적인 어록, 멋진 어록도 많지만 너무나 솔직해서 웃음 나는 그들만의 어록도 여럿 떠오른다. 뮤직비디오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최민수에게 왜 뮤직비디오에 도전하게 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특유의 말투와 웃음으로 “돈 많이 줘서요”라고 ‘심하게’ 솔직한 대답을 했던 일화도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억대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아역으로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영화제에서 신인상 후보에 오른 양동근에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소감을 물었다. 양동근이 “사람이 살면서 맘에 드는 일만 있을 순 없죠”라며 한숨 쉬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달변형 스타, 모범정답형 스타, 동문서답형 스타 등 스타들의 말솜씨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많다. 하지만 대중의 가슴에 오래오래 새겨지는 스타들의 어록 기준은 단 하나, 자신만의 철학이 아닐까. 생각 없이 뱉은 말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는 망언 어록이 아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철학과 인생을 담을 줄 아는 스타들의 멋진 말솜씨를 계속 기대해본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