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만에 공포영화로 컴백한 고소영은 서른다섯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새침한 미모가 여전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고소영이 4년 만에 택한 작품은 공포 영화 <아파트>다. 흔히 스타급 배우들이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라 고소영이 차기작으로 <아파트>를 선택했다고 했을 때 조금 의외였다. 그러나 <아파트>의 연출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안병기 감독. ‘공포영화 전문감독’이라 불리는 안병기 감독은 그동안 <가위> <폰> <분신사바> 등을 연출해온 인물이다. 고소영 또한 안병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공포영화를 해보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안병기 감독님의 작품이어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안병기 감독은 공포 영화가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준비 중이던 작품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진행이 어려워지고 그 때 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강풀의 원작만화이기도 한 <아파트>였다.
안병기 감독이 평가한 배우 고소영의 모습을 어떨까. 안병기 감독은 무엇보다 고소영이 <아파트>에 출연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함께 하자’고 말해왔던 안 감독의 계획이 공포 영화로 수정된 뒤 고소영의 출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터. 안 감독은 “이전까지는 주로 신인들과 작업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했는데 고소영 씨와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카메라 앵글이나 기타 부분에 더 주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소영이 맡은 주인공 ‘세진’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디스플레이어다. 포스터 속 고소영의 모습을 보고 그가 귀신인 줄 아는 사람도 많겠으나 정작 실제 귀신은 따로 있다. 고소영은 전형적인 현대 여성인 세진 역을 연기하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에 대한 콘셉트를 직접 설정했다고 한다.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액세서리는 최대한 절제하고 대신에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눈빛을 강조했다.
“지난 4년 동안 어찌 지냈느냐”는 질문에 “푹 쉬고 하고 싶은 일 하며 맘 편히 지냈다”고 털털히 얘기하는 것과 달리 정작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하는 것은 결코 편한 맘으로 한 것이 아니었단다.
“아무래도 공포영화다 보니 촬영하면서 긴장을 해야 하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어요.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영화를 끝내고 연기자로서 한층 연기폭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공포영화를 찍는 배우들에게 정말 궁금한 점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무섭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밤 9시 56분만 되면 불이 꺼지고 사고가 일어나는 설정 때문에 고소영은 실제 영화를 찍는 동안 집에서 불을 끄고 자지 못했다고 한다.
화면 속에서 고소영이 풍기는 이미지라면 도도함, 새침함, 그리고 당당함 아닐까. 고소영 자신은 이와 같은 선입견에 대해 어느 정도 불만이 있다고 한다. 그는 “마음이 여려서 속으로는 상처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여린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유난히 그녀를 따라다녔던 숱한 소문들 때문일까. 고소영은 평소에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고소영은 영화 홍보를 위한 쇼, 오락 프로그램 출연도 절대 하지 않는다. 여린 마음을 가진 고소영의 당당함은 그러면서도 주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성격에 기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사 측은 요즘 적잖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영화를 촬영한 아파트 주민들이 “영화 때문에 아파트의 이미지가 손상됐다”며 영화사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과연 <아파트>가 흥행에 성공하고 고소영은 다시 연기자로서 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까. 삼십대 중반에 들어선 고소영이 또래의 남자배우들 못지 않게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래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