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과천경마장에서 영화 <각설탕>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임수정은 말과 함께 연기하며 전보다 따뜻하고 밝아진 듯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동안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래원 소지섭 정우성 비에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그 어렵다는 감정 연기까지 충실히 소화해낸 신인 배우 ‘천둥’. 임수정에게 그와 보낸 7개월 동안의 ‘달콤 살벌한 추억’을 들어봤다.
“동물과 친해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했죠.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쓰다듬어주고 또 안아주며 내 체취를 맡게 했어요. 언젠가 나를 기억해주고 알아봐줄 거라 믿었거든요.”
임수정의 ‘애마부인 되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승마 스승이 되어준 김효섭 기수는 “운동 감각이 뛰어난 배우이기에 가능했다”며 “말을 처음 접한 터라 기초적인 승마 기술부터 시작해 매주 4시간 이상 말에 오르는 강행군으로 경마 기술까지 터득했다”고 얘기한다.
임수정이 ‘천둥’과 친해지기까지는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림 끝에 서로의 마음이 통한 감격적인 순간을 임수정은 “어느 순간 천둥이가 나를 기억해주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를 경계하지도 않았다”며 “서로 마음이 통하고 나니 연기 호흡도 맞아갔다”라고 회상한다.
김효섭 기수는 “촬영을 위해 임수정 씨가 천둥이에게 각설탕을 주는 경우가 많아 언제부턴가 천둥이 임수정 씨만 보면 각설탕을 달라고 졸라댔다”고 얘기한다.
아무리 천둥이와 친해져 척척 연기 호흡이 맞는 사이가 됐다 할지라도 말과의 촬영은 늘 위험과 어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임수정 역시 “말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단 한 컷의 예외도 없이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한다. 촬영 도중 천둥이의 뒷발에 차이는가 하면 손을 물리기도 했을 정도.
▲ 천둥이와 함께한 영화 <각설탕>의 한 장면. | ||
이렇게 말과 친해져가는 동안 임수정 본인도 달라져가고 있었다. 요즘 그의 모습이 조금은 더 밝아졌고 더 따뜻한 느낌이다.
그동안 배우 임수정은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임수정은 일정 부분 신비감에 싸여 있을 정도였다. ‘내성적이다’ ‘너무 차갑다’ ‘우울해 보인다’ 등의 평이 주를 이룬 가운데 심한 경우 ‘건방지다’는 반응도 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임수정은 “너무 몰입하는 탓인지 사실 저는 맡은 배역에 따라 평소 모습이 달라지곤 한다”며 “지금까지 어둡고 차갑고 외로운 소녀였다면 이번 영화를 통해 씩씩한 소년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라고 얘기한다.
그런 탓인지 요즘 부산에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함께 촬영 중인 비는 “다른 여배우와 달리 숨김없이 솔직하고 털털한 게 임수정의 매력”이라고 얘기하고 박찬욱 감독은 “조금은 선입관이 있었지만 함께 작업해보니 유머 감각이 돋보여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평한다. 말과 함께한 7개월의 시간을 통해 ‘멋진 애마부인’ 대신 ‘씩씩한 소년’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심경의 변화 때문인지 최근 임수정은 한 전자제품 CF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펑키걸’ 이미지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임수정이 외모를 통해서도 뭔가 변화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CF 제작진과 상의해 만든 콘셉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임수정은 “변신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늘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동물 영화는 흥행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충무로에서 금기시되어 왔다. 영화 <각설탕>은 이런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이고 그 중심에 임수정과 천둥의 우정이 있다. “때론 인간이 동물에게 주는 사랑보다 동물이 사람에게 건네는 사랑이 훨씬 큰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는 임수정의 마지막 얘기가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