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연출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요즘 ‘Made in Korea 포르노’의 주류는 ‘몰카(몰래카메라)’다. 그런데 과연 정말 몰카 형식으로 포르노가 제작된 것일까. 물론 출연 여성이 출연료를 받은 뒤 몰카에 당한 듯 연기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말 몰카로 제작됐다면 출연 여성은 본인이 포르노에 출연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이런 걱정이 최근 현실이 되어 버렸다. 자신의 알몸과 얼굴, 그리고 성관계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포르노가 인터넷에 나돌고 있음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한 피해 여성이 이 사실을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알려왔다. 어렵게 피해 여성을 만나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무서워졌어요. 사람들이 제 뒤에서 수군대는 것 같고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나요. 혹시 그걸 보고 전화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제가 봐도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지경이던데 친한 친구나 가족들이 보면 어떻게 해요.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요.”
피해 여성은 어떻게 문제의 포르노에 출연하게 된 것일까. 어떤 이유이건 문제의 몰카 형식 포르노 안에서 그는 알몸 상태로 남자와 함께 침대 위에 있다.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성관계를 갖는다.
“두 달 정도 만나다 헤어진 남자친구였어요. 그 사람은 어떤 이유였는지 몰라도 내겐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런데 그게 다 계획적인 접근이었다니 돌아버릴 것 같아요.”
두 달 정도 교제했던 사이라면 상대 남성이 누군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얘기는 몰카를 활용해 평범한 여성들을 포르노 배우로 전락시킨 범죄자를 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피해 여성은 상대 남성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다지 기억나는 게 없어요. 술자리에서 합석한 뒤 알게 돼 사귀었는데 그리 오래 만난 사이는 아니라서…. 이름이랑 휴대폰 번호는 아는데 이미 휴대폰은 없는 번호라고 나오고 이름 역시 가명이었던 거 같아요. 모든 게 다 계획적이었어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이 있다면 상대 남성의 차종과 번호를 기억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번호 네 자리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피해 여성이 관련 사실을 모두 수사기관에 알렸지만 수사에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촬영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알았다고 한다. 그냥 재미삼아, 좋은 기억을 오래 공유하고 싶다는 등의 꾐에 넘어가 촬영에 동의했던 것이라고. 이런 실랑이 과정은 문제의 몰카 포르노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따라서 이는 ‘몰카’는 아니고 개인용이라며 촬영한 포르노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숨겨 몰래 촬영하는 정식 몰카가 주류를 이뤘지만 고정된 카메라 앵글이 생동감 있는 영상을 담아내지 못하자 상대 여성을 설득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몰카 포르노를 촬영하기 위해 여성을 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다른 몰카 포르노를 보면 남성이 “나는 내가 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때 더 흥분된다”는 이유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해 실제 그 화면을 보면서 성관계를 맺는다. 피해 여성은 단순히 성관계 모습이 화면으로 보일 뿐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한 눈치다. 이렇게 멀쩡한 일반 여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포르노 배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럴섹스 장면이 많다. 행위의 특성상 오럴섹스 장면은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얼굴이 오랜 시간동안 클로즈업 촬영된다. 이런 장면은 피해 여성의 신원이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 볼 수 있다는 얘기.
“아직은 주변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봤다는 사람이 없어요. 아니 알면서도 뒤에서만 수군거릴 뿐 내 앞에선 모르는 척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피해 여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포르노에 출연하게 된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경찰이 왜 그런 사람들을 가만두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늘어놓았다. 물론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이들이 워낙 지능적으로 움직여 흔적을 남기지 않는 데다 여차하면 해외로 도피해 검거가 순탄치 않아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