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회사원 김 아무개 씨(여·28)의 고민은 단 한 가지,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살들이었다. 수많은 남자 직원들의 눈초리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는 그간 모아둔 돈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시술비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이렇게 쉬운 거였나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이어트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다. 돈만 있으면 힘들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매끈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좌절케 한다. 실제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의 상담실장은 “꾸준히 시술만 받으면서 ‘라인’을 유지하는 손님들도 꽤 있다. 사실 날씬한 분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시술 종류와 효과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배, 허벅지 등 한 부위에 집중해서 맞는 지방분해 주사는 1회 1만 원대에서 15만 원대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어느 정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은 4회 66만 원이라고 병원은 설명했다. 한 달 코스로, 3개월 정도 유지가 된다. 1년에 300만 원이면 괴로움 없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용을 더 들여 확실하게 살을 빼주는 방법도 있다. 식사, 운동, 관리까지 도맡는 다이어트 전문 업체의 프로그램이다. 한 달 코스에 200만 원을 호가하지만 비슷한 업체들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살이 찌는 원인, 체질과 체형을 분석해 맞춤 다이어트 컨설팅을 해준다고 이들 업체는 소개하고 있다. 기자가 서울 명동에 있는 다이어트 전문업체에 상담을 받아봤다. 상담사는 “4주 기본 코스에 250만 원을 추천한다. 저주파 관리, 운동 컨설팅이 포함되며 식단관리는 추가로 비용이 든다”며 “3개월 코스는 610만 원까지 할인해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고가의 관리 프로그램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도 있다. 11월 결혼을 앞둔 유 아무개 씨(여·28)는 “한의원에서 침술, 부황, 한약 등으로 관리를 받았지만 돈 들인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 씨는 다이어트 한약으로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 한 달에 40만여 원짜리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회식과 저녁약속 때문에 식단조절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딩 촬영일이 다가오는데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독하게 마음을 먹고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철저한 식단 관리를 했다. 유 씨는 “사실 식단 조절 때문에 살이 빠진 것이지 특별히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돈 쓰지 않았을 거다”며 회의감을 표했다.
뭐니 뭐니 해도 다이어트의 왕도는 운동이다. 모든 이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짧은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새로운 운동법들도 등장해 회원을 모으고 있다.
씨스타 보라 등이 하이폭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모습. KBS ‘어 스타일 포 유’ 캡처.
‘하이폭시’는 기압차를 이용해 운동효과를 볼 수 있는 최신 운동법이다. 잠수복처럼 생긴 특수한 운동복을 입고 MRI 장비처럼 생긴 하이폭시 캡슐에 들어가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의 저강도 운동을 한다. 업체들은 “다른 운동에 비해 3배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 다이어트(EMS)’라고 부르는 운동법도 있다. 미세전류가 흐르는 특수한 운동복을 착용한 뒤 20분씩 근력운동을 한다. 근육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줘 운동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하이폭시와 마이크로 다이어트는 1회 20~30분 코스로 보통 10만~20만 원 수준이다.
다이어트 성공의 80%를 결정한다는 식단 관리 역시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른바 ‘황제다이어트’가 유행이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육류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몸을 산성화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이 역시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후 사과나 포도, 바나나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원 푸드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단백질 셰이크로 하루 세 끼를 구성하는 방법, 식사대용으로 만든 주스만으로 일주일 식단을 짜는 법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영화 <간기남>의 한 장면.
요즘은 연예인들의 이름이 붙은 다이어트 식단이 유행이다. 얼마 전 걸그룹 ‘시스타’의 멤버 소유는 방송에 나와 “한 끼에 메추리알 4알과 우유 한 컵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한 적도 있다. 물론 노른자는 빼고 먹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됐다. 걸그룹 ‘카라’는 덴마크 식단으로 살을 뺐다고 말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덴마크 다이어트’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덴마크 다이어트란 블랙커피, 자몽, 계란, 요거트 등으로 식단을 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냉동식단’이다. 냉동식단을 추천하는 이들은 밥, 두부, 버섯 등을 얼려뒀다가 조리하면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밥을 지을 때 코코넛 오일을 넣고 냉장고에 식혔다가 먹으면 칼로리가 최대 60%까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팽이버섯, 양파, 두부 등을 얼렸다가 해동해 먹으면 단백질 등의 유효성분이 증가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여성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변함없이 ‘정석’을 강조하고 있다.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외엔 왕도가 없다는 얘기다.
이서중 센터원웰니스 대표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폭시나, EMS 트레이닝 등은 모두 짧은 시간에 쉽고 편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 대사량을 높이고 식이조절을 잘 하는 것만큼 요요 없는 확실한 다이어트 방법은 없다”며 “상술에 넘어가 고가의 운동을 하기보단 기본에 충실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세계의 위험천만 다이어트 산소만 먹고 산다고? 황천 가는 지름길 다이어트의 역사는 고대로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만큼 인류에게 있어 체중조절은 평생의 숙제인 법. 살에 대한 집착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다이어트 방법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무턱대고 따라했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안먹고 공기와 햇볕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기수련가’는 마돈나 다이어트 비법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도 효과를 본 방법으로 알려진 ‘뒤캉 다이어트’ 역시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는 방법이다. 뒤캉 다이어트란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살을 빼는 방법이다. 첫 일주일은 고기 생선 등 단백질만 먹고 그 다음 주는 야채를 포함하는 등 서서히 다른 영양소를 늘려간다. 하지만 이 방법도 과거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처럼 과도한 단백질 섭취로 몸이 산성화돼 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체내 요산이 증가해 통풍, 요로결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물 다이어트’ 역시 자칫 잘못했다가는 위험한 방법 중 하나다. 물 다이어트는 하루 4리터의 물을 마셔 포만감을 채우는 다이어트다. 얼핏 안전하고 효과 좋은 비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던 영국의 한 여성이 죽기도 했다. 많은 양의 물을 천천히 나눠 마시는 방법을 따르지 않아 체내에 역삼투압이 발생해 사망하게 된 것이다. 극한 다이어트의 정점은 ‘기수련가’ 다이어트다. 음식과 물을 먹지 않거나 극도로 적게 먹으며 공기와 햇볕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맹신하는 이들은 기수련가 다이어트가 중국과 일본의 고전에도 등장했다며, 자연의 기를 받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할리우드 배우 미셸 파이퍼와 마돈나가 이 방법을 따라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다소 ‘엽기적인’ 방법 중에는 ‘진통제 다이어트’가 있다. 유명 진통제 5알을 한꺼번에 먹으면 구토와 설사를 유발해 살이 빠진다는 속설이 온라인을 타고 번졌다. 실제로 이 방법을 실행한 여고생이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도 있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