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루머란 실체가 없다. 루머란 뜬구름처럼 저 멀리 떠 있을 뿐 아니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체가 불분명한 연예계 루머의 정체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관점에 따라 그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요신문>에선 추석 특집으로 ‘연예계 루머’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일반인(500명) 연예인 매니저(50명) 연예부 기자(50명)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설문 조사를 벌였고 연예계 루머가 보는 이의 관점과 직업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봤다. 과연 연예계 루머는 어떻게 생성된 것이며 또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갖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예계 루머 속으로 깊게 들어가 본다.
다양한 연예계 루머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는 흥미 유발이 쉽고 재밌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의 여부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연예계 루머는 주로 ‘누가 그렇다더라’는 식으로 전파된다. 이런 이유로 연예계 루머를 ‘카더라 통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연예계 루머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선 일반인의 경우 ‘절반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35%(175명)로 가장 높았다. ‘70~80%의 신뢰도’, ‘90% 이상의 신뢰도’라고 답변한 이들도 각각 19%(93명)와 18%(89명)나 돼 연예계 루머가 50% 이상의 신뢰도를 갖는다고 답변한 이들이 모두 72%나 됐다.
그러나 연예인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매니저들의 답변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역시 ‘절반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36%(18명)로 가장 높았으나 ‘대부분 사실무근’이라 답변한 이들도 28%(14명)나 된다. 50% 이상의 신뢰도를 갖는다고 답변한 이들이 전체 답변자의 54%로 일반인과 20%가량 차이를 보인다. 다만 54%라는 수치를 놓고 볼 때 매니저들 역시 연예계 루머가 거짓보다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외로 연예계 루머의 신뢰도를 가장 높게 바라본 집단은 연예부 기자들이다. ‘70~80%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40%(20명)로 가장 높았고 ‘절반 정도의 신뢰도’라고 말한 답변이 36%(18명)로 그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50% 이상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전체의 84%나 됐다.
이렇게 연예계 루머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연예부 기자들이 작성한 루머 관련 기사, 특히 실명이 아닌 이니셜로 작성된 기사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우선 일반인은 연예인 루머 관련 이니셜 기사의 신뢰도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절반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38%(191명)로 가장 높았지만 ‘20~40%의 신뢰도’라 답한 이들이 22%(111명), ‘대부분 사실무근’이라 답한 이들도 9%(47명)나 됐다. 오히려 매니저들은 좀 더 후한 점수를 줬다. ‘70~80%의 신뢰도’를 갖는다는 답변이 36%(18명), ‘절반 정도의 신뢰도’에 체크한 답변이 34%(17명)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연예계 루머가 어떻게 생성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이었다. 루머란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생성 과정 역시 추측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질문을 통해 답변자들이 루머의 실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49%(243명)가 ‘연예계 관계자(매니저, 코디네이터, 스태프 등)를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연예계 관계자가 루머를 생성한다는 믿음은 연예부 기자가 더욱 확고해 무려 96%(48명)라는 높은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매니저들은 단 26%(13명)만이 ‘연예계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라 대답했고 ‘누군가(경쟁 대상 또는 안티 팬)가 악의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답변이 36%(18명)로 가장 높았다. 즉 경쟁 대상 연예인을 담당하는 매니저나 안티 성향의 네티즌이 악의적으로 연예계 루머를 만든다는 것. 또한 ‘네티즌의 증언 또는 댓글’이 연예계 루머를 생성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일반인의 17%(84명), 매니저의 34%(17명)가 이 항목에 체크했다. 결과적으로 연예계 루머의 주된 생성 루트가 연예 관계자 또는 네티즌라는 얘기가 된다.
다음으로 연예계 루머의 전파 경로를 살펴보면 일반인들이 가장 흔하게 연예계 루머를 접하는 통로는 ‘인터넷 각종 게시판과 네티즌 댓글’이 53%(262명)의 지지를 받았다. ‘신문 방송 등 매스컴’이나 ‘주변 사람’을 통한 경우가 각각 23%(116명)와 22%(111명)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매니저와 연예부 기자는 ‘주변 사람’을 통해 연예계 루머를 접한다는 답변이 60%(30명)와 72%(36명)로 압도적이었다. 매니저나 연예부 기자가 지칭하는 ‘주변 사람’은 대부분 연예 관계자들, 결국 기자는 취재대상으로부터, 매니저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각종 연예계 루머를 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예계 루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기나 노래와 같은 그들 본연의 활동이 아닌 사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런 사생활 관련 루머가 연예인으로서 본연의 활동을 저해한다면 이는 전체적인 한국 연예계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과연 사생활 관련 루머가 연예인 본연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연예인이 생산자라면 구매자 위치인 일반인들은 51%(253명)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도 40%(202명)나 됐다. ‘무관하다’는 답변은 9%(45명)에 불과했다. 가장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연예부 기자들이었다.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54%(27명)로 가장 높았고 ‘무관하다’는 답변도 14%(7명)나 됐다.
따라서 연예인들 입장에선 괜찮으려니 싶었던 루머로 인해 본연의 활동에 발목 잡히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대응해야 하는 상황. 연예인들이 사생활 관련 루머를 사실무근이라 주장할 때 어떤 느낌을 받느냐고 물어봤다.
우선 연예인과 가장 가까운 위치인 매니저의 경우 64%(32명)가 ‘해당 연예인이 안쓰러워 보인다’고 답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예인이 거짓말하는 것 같다’는 답변도 34%(17명)나 된다는 것. 일반인은 ‘연예인이 거짓말하는 것 같다’는 부분에 49%(247명)의 반응을 나타냈다. 가장 냉소적인 집단은 연예부 기자로 62%(31명)가 ‘연예인이 거짓말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일반인과 연예부 기자의 답변을 놓고 볼 때 아무리 억울하다 할지라도 연예인이 직접 나서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는 것은 좋은 대응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예인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각종 루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처법으로 ‘묵묵부답’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연예인이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네티즌을 고소하는 경우다. 이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우선 네티즌과 비슷한(내지는 동일한) 위치인 일반인은 52%가 ‘당연한 연예인의 권리’라고 답변했다. 반면 ‘고소 고발까지는 너무한 것 같다’는 반응도 41%(206명)나 됐다. 연예부 기자들은 54%(27명)가 ‘고소 고발까지는 너무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매니저는 80%(40명)가 ‘당연한 연예인의 권리’라고 답변했다.
전체적인 설문 결과를 놓고 볼 때 역시 가장 연예인의 입장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은 집단은 매니저였다. 반면 각종 루머와 관련해 연예인에게 가장 냉소적인 시선을 보인 집단은 연예부 기자였다. 루머에 대한 신뢰도 역시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높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일반인에 비해 기자들이 연예계를 더 잘 알기 때문일 수 있다. 비슷한 위치의 매니저들이 연예인 보호를 위해 연예인 입장에서 답변한 데 반해 연예부 기자들이 객관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그렇다면 생각보다 특히 일반인이 바라보는 것보다 연예인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훨씬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지나친 특종 경쟁으로 연예부 기자들이 각종 루머에 중독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어야 할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루머의 실체를 밝혀내야 하는 게 기자의 책임인 만큼 어느 정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게 옳은 시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설문문항
1. 연예계에 나도는 다양한 루머가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대부분 사실무근이다. (0~20%의 신뢰도)
② 조그만 진실이 심하게 부풀려진 것이다. (20~40%의 신뢰도)
③ 절반 정도는 진실이 아닌가 싶다. (50% 가량의 신뢰도)
④ 몇 가지 잘못 알려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진실일 것이다. (70~80%의 신뢰도)
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90% 이상의 신뢰도)
2. 각종 매스컴의 이니셜 기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갖고 있습니까?
① 대부분 사실무근이다. (0~20%의 신뢰도)
② 조그만 진실이 심하게 부풀려진 것이다. (20~40%의 신뢰도)
③ 절반 정도는 진실이 아닌가 싶다. (50% 가량의 신뢰도)
④ 몇 가지 잘못 알려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진실일 것이다. (70~80%의 신뢰도)
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90% 이상의 신뢰도)
3. 연예계에 나도는 루머가 어떻게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잘 모르겠다.
② 매스컴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③ 연예계 관계자(매니저나 스태프 등)를 통해 흘러 나온 이야기다.
④ 네티즌들의 증언 또는 댓글을 통해 알려진 이야기다.
⑤ 누군가(경쟁 대상 또는 안티팬 등) 악의적으로 만든 이야기다.
4. 당신은 어떤 경로를 통해 연예계 루머를 가장 많이 접하십니까.
① 신문 방송 등 매스컴을 통해
② 인터넷 각종 게시판이나 네티즌 댓글을 통해
③ 주변 사람들을 통해
④ 기타 :
5.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루머가 본연의 활동(가수나 배우로서의 연예계 활동)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②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③ 무관하다.
6. 각종 악성 루머에 휘말린 연예인이 사실무근을 주장할 때 어떤 느낌을 받으십니까.
① 해당 연예인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② 루머가 사실인데 연예인이 거짓말 하는 것 같다.
③ 기타 :
7. 악성 루머를 퍼트린 네티즌에 대해 고소고발 등의 강력 대응을 펼치는 연예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당연한 그들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② 억울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고소고발까지는 너무한 것 같다.
③ 기타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