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석과 이효리 | ||
먼저 얼마 전 방송 출연료로만 매주 4000만 원을 넘게 받는다는 기사로 화제가 됐던 ‘MC유’ 유재석. 유재석이 이효리와 함께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처음 녹화하던 날의 일이다. 예고편 촬영을 위해 유재석은 이효리를 업어주고 서로 껴안는 등의 쉴 새 없이 다정한 포즈를 취했는데 왠지 그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보였다.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솜씨와 밝은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잔뜩 굳어있는 표정만 볼 수 있었다. 이때 이효리가 던진 충격적인 한마디 “오빠! 축축해!”
알고 보니 유재석은 잔뜩 긴장한 채 촬영에 임했던 탓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던 것. 안 그래도 긴장한 데다 이효리의 ‘축축해’란 발언으로 얼굴은 더욱 붉어진 상황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의 진정한 매력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완벽해 보이지 않는, 그래서 조금은 모자란 듯해 보이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의 인간미를 엿보는 게 아닐까.
그런데 리포터들 사이에서 유재석은 ‘줄행랑 연예인’이라 불리곤 한다. 워낙 대인관계가 좋아 연예인 결혼식 단골 하객 1위, 사회자 섭외 1순위로 유명한 그는 대부분의 연예인 결혼식에 참석하지만 인터뷰를 거절한 채 줄행랑치기 일쑤다. 심지어 취재진들 사이에선 그가 인터뷰를 피하려고 일부러 지각을 일삼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고 있다. 하지만 칼 루이스 같은 발놀림으로 카메라를 피해가는 유재석이 밉지가 않다.
▲ 신동엽(왼쪽), 임성훈 | ||
평소 너무나 존경하고 있던 선배와의 인터뷰라 다소 떨리기도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녹화 시작 직전이라 준비한 질문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마술을 부리기라도 하듯 그 짧은 시간에 핵심적인 내용만 골라 신나는 웃음으로 답변을 요리해냈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내가 무안할 정도로 혼자 알아서 인터뷰를 주도하며 마무리 인사까지 하는데 인터뷰 내내 뭐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인터뷰에 나선 리포터가 아닌 <신동엽 쇼>에 초대된 게스트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어려운 질문을 얄밉지 않게 요리조리 피해가는 여우 같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대한민국 대표 스타 MC들이 있지만 필자가 최고로 손꼽는 사람은 단연 임성훈이다. 지난 74년 데뷔해 30년 넘게 최정상 MC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방송인의 표상이자 존경의 대상인 임성훈. 방송가에선 ‘임성훈 시계’라는 말이 있는데 그가 늘 녹화 시간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 까마득한 후배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방송 중에도 후배들의 멘트 하나하나에도 힘을 실어주는 마음씨 좋은 MC이기도 하다.
자의든 타의든 MC의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부분이 다소 안타깝다.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그들이 주었던 웃음보다 더하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