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원. | ||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KCM 디지털 싱글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만난 엄지원은 새로운 연기 변신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지난해 영화 <극장전>이 칸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던 엄지원은 얼마 전 영화 <가을로>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2년 연속 화려한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다시 엄지원은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변화의 작은 시작이 될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엄지원을 만났다.
“사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 베란다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못하거든요. 그리 높은 위치는 아니었지만 바닷가 낭떠러지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날 촬영 이후 목뼈가 이상해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와이어액션 ‘덜덜’
뮤직비디오는 분량이 짧아 촬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촬영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비록 러닝타임은 짧지만 그 안에 매우 다양한 장면들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데다 뮤직비디오에도 분명한 스토리 라인이 있어 배우 입장에선 캐릭터 설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액션 장면이 필수 요소. 따라서 멜로 영화에 주로 출연해온 엄지원은 이번 뮤직비디오의 추락 장면에서 처음으로 와이어 연기까지 시도했다.
극중 캐릭터가 발레리나라는 부분도 어려움이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첼리스트로 출연할 당시 6개월 동안 첼로를 직접 배웠던 엄지원은 이번 뮤직비디오 발레 장면에선 대역을 내세웠다. 엄지원은 “이번 기회에 발레를 배워보고 싶었지만 영화와 달리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대역 배우를 쓸 수밖에 없어 아쉬워요”라고 말한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상대역은 조한선이다. 영화 <가을로>와 <열혈남아>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두 한국 영화의 주인공인 엄지원과 조한선은 가을 극장가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흥행 대결을 펼쳤으나 두 편 다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을 묻는 질문에 엄지원은 “조한선 씨가 나를 너무 우습게 봐요”라며 눈을 흘긴다. 이날 촬영 현장에서 엄지원은 조한선의 부지런함으로 인해 괜한 지각생이 돼야 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촬영 현장에 나타난 조한선은 기자에게 “수능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열혈남아>에 관객이 몰려들지 않겠느냐”고 물어오는 등 살가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반면 평소 워낙 ‘잠보’로 알려진 엄지원은 늦잠으로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조한선이 워낙 일찍 나타나 엄지원이 상당히 늦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 대한민국 영화대상에 참석한 엄지원. | ||
괜히 조한선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제야 엄지원은 환한 웃음을 건네며 덕담 비슷한 멘트를 건넨다.
기자가 엄지원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처음은 그가 짝짓기 프로그램인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보조 MC로 활동하던 데뷔 초기였다. 당시 매우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엄지원은 영화배우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동안 서서히 변화했다. 영화 <주홍글씨>, 드라마 <폭풍속으로>, 영화 <극장전> <가을로> 등에서 연이어 가녀린 여성상을 연기하며 엄지원의 이미지 역시 비슷하게 굳어졌다. 기자시사회나 제작발표회 같은 공식 석상에서도 단정한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기자는 성격 자체가 변한 게 아닐까 싶은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새 영화선 코믹 연기
“의도적으로 그런 성향의 캐릭터에 매달려온 경향이 있어요. 계속 그런 캐릭터에 빠져 지내다 보니 실제로 성격이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평소 제 모습은 털털녀에 가까워요. 여전히 주변에선 저더러 여성스러움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실제 인터뷰 내내 느껴진 엄지원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심지어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본인이 먼저 “정말 제 성격이 달라진 것 같아요?”라고 물어올 정도다. 물론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엄지원은 자신의 발랄한 원래 모습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이번 뮤직비디오 역시 마지막 부분은 슬프게 그려질 예정이나 초반과 중반에선 귀엽고 밝은 표정의 엄지원이 담겨있다. 또한 이런 변화는 일본 배우 오사와 타카오와 호흡을 맞추는 새 영화 <진주라 천리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코미디 연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엄지원은 앞으로 팜므파탈의 악역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