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정 | ||
얼마 전 재벌가와 결혼에 골인해 더 이상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보기 힘들어진 노현정. 그가 <상상플러스>로 한창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시점인 작년 겨울, 필자는 인터뷰를 통해 노현정을 만날 수 있었다. 혼자서 인터뷰 장소에 직접 차를 몰고 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필자를 비롯한 촬영 스태프 모두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태도가 ‘얼음 공주’ 이미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의 이성관을 묻는 질문이었다. 예의상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라고 운을 뗐는데 그는 “전혀 실례가 되지 않고요”라며 자신의 이성관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당시 그가 밝힌 이상형은 ‘뭐든지 큰 남자’(?)였는데 키 크고 덩치도 크고 통도 커서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남자가 좋다고 말했다. 그런 남자만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던 노현정. 실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통 큰(?)남자와 결혼을 발표해 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해 역시나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강수정(사실 많이 보지도 못했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어지간한 연예인 인터뷰보다도 재밌다. 그가 나름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타 방송사의 한 아나운서가 저녁 프라임 시간대의 뉴스 진행을 맡았다는 소식에 “질투가 나네요. 나도 할 수 있는데”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었다. ‘아나운서치곤 파격적인 의상이네요?’라는 질문에는 “왜요? 더 (가슴을)팔까요?”라는 너스레로 필자를 당황케 만들었었다. 얼마 전 필자가 출연하는 <연예가중계>에서 물러나게 된 그는 마지막 생방송 현장에서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끝까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MC로서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필자를 감동시켰던 최고의 아나운서는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정은아다. 그가 정보 프로그램 <비타민>을 첫 녹화하던 때의 일이다. 간단한 인터뷰였지만 웃음 띤 얼굴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는 그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그 미소는 필자가 지금까지 리포터 생활을 하며 가장 잊을 수 없는 미소이기도 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인터뷰하기 바로 이틀 전에 부친상을 당한 것이었다. 너무나 힘겨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빈틈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던 프로 근성에 감동이 뭉게구름처럼 피어 올랐었고 지금까지도 방송인 정은아를 존경한다.
반면 모든 아나운서(혹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가 친절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한 여자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당시의 일이다. 인터뷰를 위해 다가가는 리포터에게 잔뜩 인상 쓴 얼굴로 “다른 연예인 출연자가 인터뷰에 응하면 나도 하겠다”는 이상한 제안을 내놓았다. 결국 다른 연예인 출연자가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약속해 어렵게 그와의 인터뷰가 이뤄졌는데 여기서 나는 가식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히 깨닫게 됐다. 카메라가 돌 때와 안 돌 때마다 급변하는 표정이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실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를 약속한 다른 출연 연예인과의 인터뷰가 녹화 시간에 쫓겨 무산되자 다짜고짜 필자에게 다가와 “나를 인터뷰한 테이프를 당장 지워라”하며 소리를 지른 것. 거친 표정과 언어를 구사하는 그를 보면서 과연 그가 아나운서 출신이 맞는지 한숨만 터져 나왔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