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이미지 깨고 싶어”
그동안 수애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눈물 그렁그렁한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다. 브라운관을 통해 데뷔한 후 첫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러브레터>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이후 그는 스크린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가족> <나의 결혼 원정기> 두 편을 필모그래피에 보탰다. 그러나 수애는 “두 영화에서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는데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강한 인상으로 남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아쉬워했다. 아쉬움이 욕심이 된 것일까, <그해 여름>을 통해 그는 기존 이미지에 단아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깊은 감성, 연륜에 비해 성숙한 연기력을 덧칠해갔다. 욕심 많은 수애는 한발 더 나아가 “더 열심히 해서 외모로 인한 기존 이미지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각인시키고 싶어요”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영화 <그해 여름>은 유신치하의 1969년을 배경으로 농활에 참여한 대학생 이병헌과 시골 도서관 사서로 분한 수애의 사랑 이야기로, 여름 한철의 사랑과 평생을 이어간 기다림을 시대의 아픔과 함께 진솔하고 애틋하게 담아냈다.
무대 인사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내 영화를 보고 울면 낯간지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시사회 내내 ‘이성을 잃고’ 훌쩍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영화 <그해 여름>의 한 장면. 여름 한철에 만난 사랑을 평생 간직하는‘정인’ 역할을 통해 수애는 귀엽고도 당찬‘작은 변신’을 이루었다. | ||
수애는 말이 없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지난 제 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그해 여름> 관련 행사가 끝난 뒤 “수애는 말을 안했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수애가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몰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예전엔 연기나 작품에 대해 별다른 할 말이 없었는데 이번엔 좀 달라요. 아마 촬영하는 내내 감독님과 (이)병헌 오빠와 많은 대화를 나눠선가 봐요. 제 딴엔 정말 말을 많이 한건데 병헌 오빠한테 너무 말을 안 한다고 많이 혼났어요.”
원래 가수 데뷔를 준비했었다는 수애의 노래 실력 또한 작은 화제가 되었다. 극중 두 차례나 수애는 ‘소박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데 “원래가 음치인 데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해 ‘못 부르는 척 연기했을 것’이라 예상했던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병헌은 수애에 대해 “완성된 영화를 보니 수애의 독백 부분이 가슴 절절히 와 닿는다. 정인 역할에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며 극찬하자 수애는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학창시절 이병헌의 팬이었음을 고백한 수애는 “영화를 보니 새삼 ‘정말 배우’란 생각이 든다”는 이병헌의 덕담에 화답했다.
CF선 도발적인 모습 변신
당분간 수애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광고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어느 신사복 광고에 등장한 수애는 S라인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기도 했었다. 평상시엔 조용하지만 언뜻 보면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지닌 그는 천상 배우인 듯하다.
위성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