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저예산 독립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조용한 흥행돌풍이 영화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새 독립영화계는 여러 편의 수작을 내놓으며 마니아 팬 층을 확보했으나 늘 흥행 대박 기준은 관객 1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후회하지 않아>가 3만 관객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부잣집 아들과 게이 호스트바 ‘선수’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후회하지 않아>는 순수제작비 1억 원을 들였는데 해외 배급계약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개봉 2주 만에 3만 관객이 극장을 찾아 순수익이 총제작비를 넘어섰습니다.
사실 <후회하지 않아>는 흥행에 어려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흥행을 위한 필수 요소인 ‘스타’가 출연하지 않았고 스크린쿼터의 의무 상영 보호도 받지 못하는 11월에 개봉됐습니다. 게다가 장르 또한 일반인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퀘어 멜로물입니다.
이런 악조건을 <후회하지 않아>는 모든 스태프의 하나된 마음으로 극복했습니다. 감독, 주연배우부터 연출부 막내 스태프까지 동일하게 50만 원의 개런티만 받은 뒤 흥행수익에 대한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해 모두가 스태프 겸 제작자로 영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더 큰 힘은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암울한 뉴스에도 불구하고도 한국 영화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