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내내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김남주. 촬영 당시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결혼과 출산, 스타가 아닌 여성으로서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온 김남주를 만났다.
김남주의 눈물은 포스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들을 유괴당한 어머니 역할을 맡은 탓에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김남주는 쉴 새 없이 눈물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배우가 눈물 연기를 한다는 게 그때그때 눈물만 흘릴 수 있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다. 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동일화해야 적절한 눈물 연기가 가능하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영구 미제사건인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현상 수배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취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김남주가 맡은 역할은 아이를 유괴당한 어머니 역할, 연인과 헤어져서 흘리는 눈물 연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절실한 연기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애초 감독님은 우는 연기를 하다 까무러치면 119라도 불러줄 테니 최대한 캐릭터에 몰입해달라고 했었는데 막상 촬영 현장에선 감정을 자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를 유괴당한 ‘오지선’이라는 인물로 살아야 했던 4개월여의 촬영 기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과연 내게 주어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아이가 유괴당하다니,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상황이잖아요. 처음에는 내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부분이 연기에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몰라요. 한번은 아이를 안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나는 오랜 시간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미안한데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그치지 않더라고요.”
눈물은 지금도 그치지 않았다. 촬영 당시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당시 감정이 복받쳐오르는지 조금씩 울먹이곤 한다. 이런 모습은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아이 러브 유> 개봉 당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환한 미소로 기자들을 반기며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어떻게 보셨어요?”라고 일일이 물어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미 드라마와 CF를 통해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있던 김남주는 영화 <아이 러브 유>를 통해 뒤늦게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흥행 참패라는 가슴 시린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후 5년가량 쉰, 아니 본인의 설명대로라면 CF를 통해서만 연기 활동을 이어온 김남주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는 박진표 감독, 설경구, 강동원 등과 함께 스크린의 여왕으로 등극하기 위한 두 번째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박 감독님에 대한 신뢰감이 두터웠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오히려 내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을 정도예요. 아이 엄마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고 이제라도 범인이 검거되길 바란다는 기획의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어요.”
김승우와 결혼한 뒤 딸 ‘라희’ 양을 낳은 김남주는 영화 밖에서도 실제 엄마다. 또한 임신한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여자 연예인이다. 아직도 딸을 매스컴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김승우 김남주 커플의 원칙은 분명하다. 김승우 소속사 관계자는 “아이를 매스컴에 공개해 각종 육아용품을 협찬받는 게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이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협찬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란다. 같은 회사 소속인 최수종 하희라 커플 역시 마찬가지.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이들의 생각이 협찬이 만연한 요즘 연예계 분위기에선 마치 ‘외계인’처럼 받아들여져 씁쓸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