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SBS 새 월화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박은혜. 드라마를 끌어가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박은혜는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에 출연하면서 이런 폭탄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인 만큼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일까. 지난 9일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은혜는 “외롭다”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환하고도 당찬 모습이었다. 그는 ‘외롭다’는 의미는 홀로 지내야 했던 대만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홍경민 김동완 한은정 황정음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그래서 외롭지 않단다.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의 특징은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들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홍경민 김동완 황정음 등 주요 출연진 가운데 가수가 세 명이나 된다. 그만큼 박은혜에게 많은 책임과 부담이 요구된다. 젊은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가수 출신이거나 신인으로, 오랜 기간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이는 박은혜가 유일하기 때문. <불꽃놀이>에서 함께 작업했던 정세호 PD가 박은혜를 가장 먼저 캐스팅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연기자로 도전하는 가수가 세 명이나 있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고 있어요. 저는 그들이 가수 출신 연기자가 아닌 가수 겸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영역만 잘 하는 것도 힘든데 두 가지 영역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가수 출신 연기자’와 ‘가수 겸 연기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만약 그들이 가수이길 포기하고 오직 연기자만 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가수 출신 연기자’가 맞지만 가수지만 연기자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가수 겸 연기자’라 불러야 한다는 게 박은혜의 주장. 심지어 “가수들이 ‘난 이제 연기자다’라고 말하는 건 스스로 가수를 낮추는 게 아닌가요”라고 말할 정도다. 혹시 본인 역시 ‘연기자 겸 가수’로 거듭날 계획은 없을까. 대답은 단순명료하다. “당연히 가수도 해보고 싶지만 저는 능력이 안 돼요(ㅠ.ㅠ).”
정 PD는 연기자들 사이에서 조금은 무섭고 많은 연습을 요구하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이런 부분이 출연 배우들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감독님이 화를 내셔서 무서운 분위기가 될수록 배우들이 더 뭉치게 돼요. 누가 혼나면 서로 위로하며 힘이 돼주거든요. 사실 드라마를 촬영하다 보면 배우들 사이에 은근한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자기 분량이 적으면 삐지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 워낙 친해서 그런 게 없어요.”
문제는 이들이 아무리 탄탄한 단결력으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주몽>이라는 큰 산이 동시간대에 버티고 있다는 부분이다.
“솔직히 저는 아직 <주몽>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그런지 두렵지도 않아요.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은혜는 ‘이긴다’는 얘기가 단순한 시청률 수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평생 한 번도 어렵다는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대장금>)에 출연해봤어요. 시청률에 대해선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이제는 시청률보다 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엔 재방송도 많이 보시잖아요.”
기자가 박은혜를 처음 인터뷰한 것은 지난 2001년 영화 <천사몽> 개봉 당시였다. 풋풋한 신인이던 그때의 느낌은 이후 조금씩 변해갔다. 드라마 <작은아씨들> 출연 당시엔 자신감이 엿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10년 가까이 연기자의 길을 진중하게 걸어온 무게감이 아닐까. 새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가, 그리고 앞으로 보여줄 박은혜의 연기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