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리 | ||
이효리의 경우 함께 기자회견을 가지려던 정준호와 이동건, 그리고 현장에 있던 1500여 명의 팬까지 옴짝달싹못하게 만들었는데 이보다도 더 난처하고 아찔한 상황을 만든 연예인이 있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바로 옥동자 정종철.
2년 전 그는 국회에서 열린 한 자선 행사에 참석키로 돼있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해 맹형규 이계진 한선교 의원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가 총출동한 공식 행사였다. 그런데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넘도록 도무지 정종철이 보이질 않았다. 일찍 도착한 동료 개그맨들이 심각한 상황을 감지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오매불망 정종철을 기다리던 와중에 멀리서 정종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무려 40분이 지난 뒤인 만큼 연신 고개를 숙이며 뛰어 들어와야 정상일 테지만 정종철은 옥동자 특유의 코믹한 표정과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이놈 자식들~ 여기서 뭐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통령도 기다려본 적 없는 내가 오늘 재밌는 경험을 했다”는 유쾌한 얘기로 그의 지각 소동을 마무리지어줬지만 현장에 있던 이계진 의원으로부터 “지각한 자들의 시대는 갔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들어야 했다.
몇 년 전 어느 드라마 촬영장에서 있었던 배우 J의 지각 소동도 떠오른다. 당시 필자가 드라마 촬영 현장을 찾은 이유는 J를 비롯해 드라마에 함께 출연 중이던 주연 배우 세 명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전 11시로 예정된 인터뷰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진행될 수 있었다.
▲ 정종철 | ||
국내 스타들뿐 아니라 해외 스타들도 지각에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지난해 방한한 세계적인 팝그룹 웨스트라이프. 최고급 호텔에 여정을 푼 그들은 기자회견장에 한 시간가량이나 늦게 나타나는 월드 스타답지 않은 실수를 범했다. 그들의 핑계 역시 걸작이었다. 너무 졸려서 늦게 나왔다는 것.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서일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월드 투어를 갖는 팝 스타의 이런 지각(遲刻)에 대한 사과는 그야말로 지각(知覺)이 부족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같은 지각도 연예인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몇 년 전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완과 전진이 그렇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지각한 두 배우로 인해 행사가 한 시간 이상 지연됐는데 제작진에 의하면 야외 촬영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이 판명됐지만 두 배우가 보인 행태는 너무나 상반됐다. 연신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이완과 달리 전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당당하게 제작발표회장에 나타났고 미안하다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같은 지각생인 이완에겐 매너가 좋다는 칭찬이 줄을 이은 반면 전진에겐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과도한 스케줄로 인해 연예인이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불가피한 지각이라면 이해 못할 바 없다. 하지만 최근엔 단순히 시간관념 부족 때문에 지각을 일삼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