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 보이는 밭이 진대제 장관이 지난 88년 매입한 삼화리 228-4번지다. | ||
그런데 진 장관이 부인 명의로 매입했던 땅 가운데 농지(밭) 2백30여 평을 매입하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농지개혁법 등에 따르면, 당시 농지를 매매할 때는 반드시 해당관청에 ‘농지매매증명원’을 제출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진 장관은 농지매매증명원을 제출하지 않은 채 농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덧붙여 진 장관이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매입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당시 석문면 일대는 대규모 공단이 조성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간척지 사업이 한창이던 시점에 땅을 매입,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남기도 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측은 “진 장관이 땅을 샀을 때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며 “장관은 당시 농지매매증명원을 제출해야 하는 줄도 몰랐고, 더군다나 투기목적으로 땅을 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의 첫 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진 장관이 신고했던 재산은 99억5천8백28만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03년 4월24일, 진 장관과 부인, 자녀(1남2녀)의 재산이 ▲부동산 40억4천5백만원 ▲예금 27억3천6백만원 ▲유가증권 37억5천6백만원 ▲골프장과 콘도 회원권 5억4천5백만원 등이라고 공개했다. 채무는 주택임대보증금 등으로 11억2천8백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 신규 재산등록 고위공직자 31명 가운데 최대 재산가였던 것.
2004년 2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서도 부동산 매각 대금과 삼성전자 퇴직금 등으로 30억1백47만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개된 재산 변동 현황에선 ▲임대보증금 반환 ▲손해배상금 가지급금 ▲자녀의 학자금 및 생활비 지출 등으로 3억9천9백47만9천원이 감소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진 장관의 재산은 1백25억6천27만1천원으로, 국무위원 가운데 최고의 재산가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신고했던 부동산 가운데 진 장관이 부인 명의로 매입했던 땅 일부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던 게 아니냐는 점이다.
2003년 공개된 재산 목록을 보면, 진 장관은 부인 명의로 ▲충남 당진군 석문면 삼화리 228-4번지의 밭(7백64㎡, 2백32평) ▲삼화리 228-5번지의 대지(4백46㎡ 1백35평) ▲삼화리 산 48-19번지의 임야(3천3백72㎡, 1천22평)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 세 필지는 모두 4천5백82㎡(약 1천3백89평) 규모로, 지난 1988년 6월18일 동시에 매입했다. 등기부상의 지번만 다를 뿐 실제로는 한 덩어리로 묶여 있는 땅이다. 미국 IBM왓슨연구소 연구원과 삼성전자 미국현지법인 수석연구원 근무를 마치고, 1987년 8월 귀국한 진 장관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연구위원(이사 대우)로 있던 시절에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런데 세 필지 가운데 밭으로 등록돼 있는 삼화리 228-4번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농지개혁법을 위반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지난 1960년 10월13일 일부 개정된 농지개혁법 제19조 3항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분배받지 않은 농지나 (정부에 농지 값을) 상환 완료한 농지는 소재지 관서(官署)의 증명을 얻어 당사자가 직접 매매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정부로부터 분배받지 않은 땅이거나, 분배받았다 해도 땅값을 정부에 상환한 경우에는 관청의 증명을 얻어 매매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1980년 7월1일 일부 개정된 농지개혁법 시행규칙 제51조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당사자 간의 매매절차’에 대해 규정한 제51조의 1항에는 ‘당사자 간에 직접 매매를 하고자 할 때에는 농지매매증명원을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이동농지위원회를 거쳐 구청장·시장 또는 읍·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진 장관이 문제의 228-4번지를 매입할 때 농지매매증명원을 석문면의 면장에게 제출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농지매매증명원에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주소와 성명 또는 명칭 ▲매수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가족 수 ▲매수인이 농가인 때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농지의 표시 ▲매매농지의 표시(지번·지목·지적 및 매매가격) ▲매매하고자 하는 이유 등을 기재했어야 한다.
▲ 지난 27일 경제분야 당정협의에 참석한 진 장관.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농지매매증명원을 첨부해야만 부동산등기부에 등재될 수 있다”며 “농지매매증명원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 장관의 땅은 어찌된 영문인지 농지매매증명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등기부에 등재됐다. 이에 대해선 진 장관측도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따라서 당시 등기 행정상에도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진 장관은 지난 2003년 재산신고 당시 문제의 228-4번지 농지가격을 6백44만원으로 신고했다. 신고 가격은 ㎡당 8천4백30원이었던 공시지가로 산정했다. 그런데 삼화리 일대 부동산 업자들은 진 장관 소유의 땅은 평당 20만~25만원 정도에 거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거래가로 따졌을 때 228-4번지는 4천6백만~5천8백만원 선에서 매매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이 밭에는 마늘과 고추, 알감자 등이 심어져 있다. 이를 마을 주민이 경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측은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년 동안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누가 경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합법적으로’ 매입한 228-5번지 대지(공시지가 ㎡당 2만5백원)와 산48-19번지 임야(㎡당 6천1백40원) 등을 공시지가로 계산해서 각각 9백14만3천원과 2천70만4천원으로 재산 신고했다.
그런데 현 시세로 따지면 각각 2천7백만원과 2억4백만원 정도 나간다는 게 부동산 업자들의 계산. 이렇게 따져봤을 때 진 장관 부인 명의의 땅 세 필지는 2억7천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공시지가로 신고했던 3천6백28만7천원의 7배 이상이다.
그런데 석문면과 주변 일대에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공단이 조성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 석문면 삼화리에서 50년 이상 살았다는 한 주민은 “80년대에 이 지역에 큰 공단이 들어선다고 해서 외지 사람들이 땅을 사러 많이 왔었다”고 말했다. 80년대에 공단이 조성될 것으로 소문났던 곳은 진 장관의 땅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진 ‘석문국가산업단지’. 충청남도는 지난 1991년 12월, 석문단지가 들어설 곳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13년째 방치돼 왔던 석문단지는 지난해 11월 한국토지공사가 충남도로부터 석문단지 사업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토공측은 올해 10월까지 개발계획을 변경해서, 2006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성사업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백65만 평 규모인 석문단지는 산업과 유통, 관광, 휴양, 주거 시설을 고루 갖춘 복합 산업단지로 개발될 예정.
그런데 1991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기 훨씬 전부터 공단 조성 소문이 나돌았고, 진 장관이 땅을 매입했던 시기에도 이런 소문이 파다했다는 게 지역 주민과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진 장관이 삼화리 땅을 매입할 당시에는 이미 1987년에 착공한 석문간척지 종합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간척지 규모는 3천7백50ha(1천1백25만 평)로 모두 2천8백30여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올해 안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석문면의 한 부동산 업자는 “석문단지와 간척지 사업으로 땅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수도권 일대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왔다. 요즘도 땅을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하지만 땅 매매는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 장관도 이 지역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서 땅을 샀던 것일까.
정통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이 땅은 진 장관이 당시 알고 지내던 사람의 소개로 샀는데, 지금은 그와 연락이 단절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진 장관이 자녀들에게 시골 체험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고향(경남 의령)은 너무 멀고 해서 가까운 곳에 땅을 산 것일 뿐 투기완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