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로 살았던 1년은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한혜진을 연기자로 우뚝 솟게 한 의미 있는 나날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주몽>이 성공 신화를 처음 쓰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한혜진에게 소서노는 상대하기 힘든 존재였다. <주몽> 촬영 현장 나주에서 만난 한혜진은 “처음에는 대본을 받는 게 공포였다”고 전했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하면서 ‘연기는 이런 거구나’ 생각했는데 소서노 역할을 시작하면서 좌절감까지 느꼈어요. 내가 감정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부족한 배우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사실 그가 <굳세어라 금순아>를 촬영하며 막 스타덤에 오를 당시만 해도 한혜진은 NG 안 내기로 유명한 배우였다. 그런데 <주몽>을 촬영하면서는 그렇질 못했다. 소서노 의상을 곱게 차려 입고 종종 걸음으로 현장을 활보하던 한혜진이 감정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이주환 프로듀서가 “달려올 때부터 (감정 조절이) 힘들 줄 알았다. 자넨 소서노야. 뛰면 안돼”라며 훈계할 정도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한혜진은 “그땐 소서노가 내 안에 없다는 생각, 배우로서 내공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절제’를 배워나갔다고 한다.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차츰 자신감이 쌓여 몰입시간이 점점 빨라졌다고. 행동도 차츰 ‘소서노화’돼 갔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정말 많이 성숙해졌어요. 소서노처럼 먼저 더 큰일을 생각하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스스로 좀 더 겸손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 한혜진은 ‘소서노’ 역할을 통해 ‘금순이’ 때와는 다른 성숙함을 갖추게 됐다. | ||
‘사용’ 역의 배수빈이 “한혜진은 정말 성격이 털털해요”라며 “인지도가 높은 배역을 맡고 있는데도 주민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가끔은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웃어 제낄 정도였다.
<주몽>과 함께하던 당시의 아쉬움이라면 남자친구인 가수 나얼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공개커플인 한혜진과 나얼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 않고 극장 등을 다니며 데이트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혜진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나얼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만들어진 ‘Naul Diary 2007’을 공개하거나 나얼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모델로 나서는 등 사랑을 드러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한 나얼이 그린 그림의 판매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는 등 두 사람의 사랑을 이웃 사랑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일과 사랑을 종횡무진하며 행복에 젖은 한혜진이지만 잇단 출연료 가압류 분쟁으로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최근 1년여 사이 매니지먼트사를 두 차례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것. 전 매니지먼트사인 Ei21이 지난 1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3억 42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하면서 <주몽> 출연료를 ‘가압류 신청’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7월 이전 매니지먼트사인 스타파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으로 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주몽> 출연료 가압류당한 바 있다. 한혜진 측은 이에 대해 ‘악의적인 이미지 흠집 내기’라며 강력 대응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1년간 행복과 시련을 반복한 한혜진은 그만큼 성장했고 욕심도 커졌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 ‘금순이’ 한혜진이 ‘소서노’를 거치며 만개를 시작한 것. 그만큼 향기도 짙어져 가고 있다.
문지연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