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의 강병규(왼쪽), <황금어장>의 강호동. | ||
건강미 넘치는 마스크와 시원한 입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MC 강병규. 그가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를 거치며 억대 연봉을 자랑하던 10승대 투수였음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는 선수시절 잘생긴 외모 덕에 배우 송윤아와 핑크빛 염문을 뿌리기도 했으며 화려한 언변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거론되곤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도 연예계 데뷔 초엔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탤런트 김재원의 팬 미팅 현장. 이날 MC를 맡은 강병규를 인터뷰하게 된 필자는 MC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기분은 좋지만 아직도 연예인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을 털어놓았다. 그가 말한 불만은 연예인들이 촬영이 끝나면 서로 인사도 없이 부리나케 자리를 뜨려고만 한다는 것. 수년간 단체 생활에 길들여진 그로서는 바쁜 스케줄에서 비롯된 연예인들의 자기중심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데뷔 초의 남모를 고민을 이겨내고 정상급 MC로 우뚝 선 강병규. 아직도 그에겐 선수협 파동 등으로 원치 않게 그라운드를 떠난 아픔이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가에서 이제 그의 롱런에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 유민(왼쪽), 정준호 | ||
그런데 얼마 전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이경규는 당시 그 말이 진실이 아니었다고 털어놔 강호동의 배꼽을 빼놓기도 했다. 어찌됐건 둘 사이의 특별한 인연은 세월이 흘러 강호동의 결혼식에 이경규가 주례를 맡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옥석을 눈여겨 봤던 이경규, 그리고 마이크라는 새로운 샅바를 잡고 제2의 인생에 성공한 강호동. 두 사람 사이엔 분명 스승과 제자 이상의 무엇이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다수의 금메달을 휩쓸었던 배우 이동준, 국가대표 수구선수 출신인 배우 소지섭을 비롯해 육상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신인 탤런트 서지석, 홍익대학교 축구부 골키퍼를 맡았던 조한선 등이 연예계 스타로의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배우 정준호도 배구선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인 배우 유민은 농구선수로, 탤런트 김성택은 프로 골프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배우 이준기와 조인성은 학창시절 태권도 선수였으며 배우 정경호와 김민준 김남진 등은 지금의 몸매와 어울리지 않게 학창시절에 씨름 선수로 활동했던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운동선수에서 연예인으로의 변신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 장대일(왼쪽), 김동성 | ||
또한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며 비운의 스케이팅 스타로 기억된 김동성 역시 연예계 데뷔를 선언했다가 쓰라림을 맛 본 경우다. 한때 앨범 발매를 준비하는 등 연예계 입문을 시도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빙판으로 돌아갔던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경험을 통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방송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예계 생활이 아름다운 도전만으로 견뎌내기엔 고된 일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포츠보다 더욱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연예계라는 생각도 해본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