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일요신문DB
정치인이 인기가 없다는 것은 곧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란 얘기와 같아서 일각에선 “친박계가 떨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최근 실시된 시당위원장 도당위원장 선출 결과가 가장 적나라하게 친박의 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공천을 잘 하는 것이 총선 승리의 기본이고, 열심히 애 쓴 분들이 공천받는 것이 공정한 공천”이라 인사했는데 이를 두고 친박계를 겨눴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거부권 파동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설 이유가 없다며 초재선 의원들의 ‘사퇴 불가’ 항명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비박계다.
시도당위원장이 차기 총선 공천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구의 누구보다 빨리 공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어려운 선거구 지원유세에 나서고 해당 지역의 총선공약을 집대성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스스로는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총선 직전 시도당위원장은 일종의 프리미엄이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16일 충남도당위원장에는 김제식 의원이 친박계(일각에서는 네오친박이라 부른다) 김태흠 의원을 1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대의원 803명 중 605명(75.34%)이 참석했고 김제식 의원은 303표를 얻어 302표를 얻은 김태흠 의원을 따돌렸다. 김태흠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친박계에선 대표적인 저격수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거부권 파동 이전의 일이지만 부산시당위원장에도 비박계의 박민식 의원이 선출됐다. 박 의원 역시 유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동해 처리한 것은 문제가 없었다며 비호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구시당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터졌다. 친박계인 류성걸 의원과 유승민계로 통하는 김희국 의원이 맞붙었는데 김 의원이 양보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러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일부 친박계가 김 의원이 시당위원장이 되면 총선이 어려워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구 의원들에 대한 회유 및 압박 작업에 나섰고, 이 소식을 접한 김 의원이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텃밭까지 친박이 아닌 의원이 접수하는 것이 친박계로선 몹시 불편했으리란 것이 이 소식을 접한 정가 인사들의 평가다.
구심력이 필요한 탓인지 친박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들이 8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9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한다. 11일은 본회의가 잡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러시아 회동은 포럼을 이끄는 윤상현 의원이 주도했고 직접 문자메시지를 돌렸다는 후문이다. 여러 유적을 방문할 계획이지만 취지는 ‘친박 결집’이라는 것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