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이 <외과의사 봉달희> 이후 3개월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번에는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여자 옥지영이다. 옥지영은 준우(송창의 분)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파산의 늪에서 구해줄 남자 영민(송종호 분)과 결혼하는 냉정한 여자다.
“지영은 과거가 탄로날까봐 두려워하면서 진우와 영민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어요. 지영을 연기하다보면 제 머리가 다 아프더라고요. 사실 전 복잡한 걸 싫어하거든요(웃음). 의사가 분명해서 그 누가 대시를 한다 해도 관심 없으면 바로 싫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미간까지 찌푸리며 역할을 설명하는 최여진은 지영을 그려내느라 적잖이 힘든 기색이었다. 특히 과거를 숨기고 크리스털같이 맑고 투명한 여자인 양 행세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워낙 털털한 성격 탓에 예쁜 척하고 내숭을 떠는 것도 체질에 안 맞는다며 웃어보였다.
최여진을 괴롭히는 ‘진짜 고민’은 <황금신부>가 50부작 주말드라마라는 사실이다. 6개월이라는 기나긴 장정에 처음 도전한 까닭도 있겠지만 개성 있는 자신의 외모가 혹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단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였어요. 주말이나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는 편안한 이미지가 중요하잖아요. 50부작이라는 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제 외모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고민했죠. 이럴 땐 외모가 핸디캡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최여진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개성파 연기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연기 내공을 두텁게 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캐릭터로 살아야 한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일 거예요. 그래도 이 작품 안에서 연기 뿐 아니라 삶까지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여진은 새로운 도전에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지만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한층 야위어보였다. 덕분에 지적이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알사탕같이 톡톡 튀는 최여진의 매력이 사라진 건 아쉬웠다.
“저 정말 많이 먹어요. 안 믿으시겠지만(웃음). <외과의사 봉달희> 할 때도 수술실에서 툭 하면 ‘배고프지 않냐. 뭐 좀 먹자’고 해서 스태프들에게 타박 많이 받았어요. 살은 촬영이 힘들다보니까 빠진 것 같아요. 볼 살은 25세 이후에 빠진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던데요?”
이에 <황금신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송종호가 “가끔 전화하면 집에서 고기 구워 먹고 있다”고 말을 거들었다. 그에 따르면 최여진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에 고기를 사랑하는 ‘고기 마니아’란다.
“제가 이렇게 오해를 많이 받아요. 모델 출신에 외국에서 살다오고 해서 노는 여자로 보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로는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여성스럽고요. 장 보는 것도 좋아해서 동네 마트에선 VIP 고객일 정도니까요.”
이처럼 최여진은 지금껏 보여준 모습보다 감춰진 부분이 더 많은 배우였다. 그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한 꺼풀씩 벗길 때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