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한 철도 여정 중 머물렀던 블라디보스토크의 가반호텔 객실 내부. 가반호텔은 객실이 65개에 불과한 3성급 호텔이다.
그 장기간의 여정 중 중간 지점이 바로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당시 그가 머물렀던 호텔이 이번 일정 중 취재진이 머문 ‘가반호텔’이었다. 처음엔 취재진도 이를 믿지 못했다. 가반호텔은 객실이 불과 65개에 불과한 3성급의 저렴한 호텔에 불과했다.
하지만 호텔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가반호텔 5층 끝에 위치한 객실에서 하루를 머물렀다고 한다. 호기심 속에서 취재진은 호텔의 양해를 구해 당시 김 위원장이 머물렀던 객실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한국 취재진임을 밝히자 흔쾌히 열어줬다. 사실 객실 내부는 국가원수가 머물렀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했다. 그나마 이 객실이 이 호텔 가운데 가장 좋은 방이라고 한다.
객실에 들어서자 작은 거실이 눈에 띄었다. 거실에는 그저 간략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아담한 유리테이블과 검은색 소파, 그리고 간단한 식음료를 먹을 수 있는 ‘바’가 전부였다. 거실을 지나 침실이 위치해 있었다. 침실은 거실과 독립돼 있다고 하더라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퀸 사이즈의 정돈된 침대와 유선전화가 놓인 탁자가 끝이었다. 화장실 역시 아주 기본적인 시설들만 위치해 있었다. 물론 14년 전의 객실과 현재의 모습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그 구조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일은 왜 이 보잘 것 없는 3성급 호텔에 머물렀던 것일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위치한 숙박시설 자체가 예나 지금이나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최근 한 국제 호텔그룹에서 5성급 호텔을 건설 중이었지만, 이마저도 사업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시내 한 가운데 흉물로 남아있을 정도다.
게다가 이곳에서 거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은 한국의 현대그룹이 1997년에 개설한 ‘현대호텔’이었다. 아무리 현대그룹과 관계가 좋아도, 당시 김 위원장 입장에서 남한 기업이 소유한 호텔에 머무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고만고만한 시내의 호텔 중에서 ‘가반호텔’이 김 위원장의 낙점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특별한 위치 때문이었다. 해당 호텔은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야트막한 구릉 위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어 요새나 다름없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 보호가 최우선인 당시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이를 충분히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치 탓에 해당 호텔에는 김정일 외에도 러시아 내 유명 인사들이 자주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한편, 과거 해당 호텔 앞에는 북-러 양국 간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 국기 옆에 인공기가 내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그 인공기 자리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현재 이 호텔에는 한국인 사업가들이 사무실을 임대해 쓰고 있고, 많은 한국 관광객이 찾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한국 사업가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