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난 16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에서는 민장기 조교사(48세, 사진)의 300승 달성을 축하하는 시상식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300승 트로피를 받아든 순간, 지난 10년간의 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듯 민장기 조교사의 눈꺼풀은 가녀리게 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장기 조교사의 경마인생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활동하는 여느 조교사와는 달랐다.
제주기수생활 14년, 제주 조교사생활 2년의 안정된 경마생활은 오히려 독(毒)이었다.
지난해 5월 제주 조랑말 경마생활을 청산하고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후 본격적인 더러브렛 경주마 조교사에 입문한 민 조교사는 생각지도 못한 냉대와 괄시에 부딪쳐야만 했다.
“조랑말을 다룬 사람이 무슨 조교사냐?”면서 마주는 말을 맡기려 하지 않았고, 동료조교사들은 같은 조교사로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왕따’ 조교사가 돼버렸다. 민장기 조교사는 ‘뚜벅이’라는 말을 생각했다.
보통 천천히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제주에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성실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민 조교사는 조급해하지 않고 더러브렛 경주마의 속성을 처음부터 배워나갔다.
2005년 조교사 생활 첫해 13승을 일궈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엔 충분한 승수였다.
2006년 19승, 2008년 25승을 추가하더니 2010년에는 통산 100승기수로 등극하면서 그 해만 32승을 챙겼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주와 동료조교사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마주들이 맡기는 경주마가 늘어나고 출전횟수가 많아지면서 2013년에 200승을 돌파하고 마침내 지난 8월 7일 대망의 300승 달성에 성공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활동 조교사중 8번째였다.
이날 민조교사는 내리 3승을 솎아내면서 301승을 거머쥐었다.
19일 현재 통산 전적 2,964전 302승 2위 333회, 승률 10.2%. 복승률 21.4%이 그의 공식기록이다.
제주 뚜벅이처럼 오롯이 앞만 보며 뚜벅뚜벅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한 결과여서 그의 300승은 더욱 빛나보였다.
아직 그는 대상경주의 우승마가 없다. 올해 생애 처음으로 대상경주에 우승하고 싶다는 말로 그동안의 대상경주 무승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애지중지 아끼는 말 ‘석세스스토리(국,4세 수, 마주 이종훈)’는 9월 오너스컵 대상경주 출전에 목표를 두고 집중적인 새벽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석세스스토리는 그의 관리마 중 유일하게 대상경주 출전 경험마로 15전 9승 2위 1회의 최상급 국산마다.
석세스스토리 이름 그대로 민장기 조교사의 생애 첫 대상경주 영광을 안겨줄 성공스토리가 기대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