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과 드라마 <왕과 나>를 촬영 중인 신구. 본의 아니게 겹치기 출연을 하게 돼 요즘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없다고 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드디어 인터뷰가 약속된 날, 여의도 MBC 식당에서 만난 신구는 ‘무섭다’는 소문과 달리 필자와 동행한 기자들까지 식권을 챙겨주며 “밥은 꼭 먹으라”는 따뜻한 마음을 건넸다. ‘맛있는 인터뷰’ 타이틀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김태진 리포터와 신구와의 ‘밥 토크’. 지금부터 시작한다.
김태진(김): 요즘 너무 바쁘시죠? 예전부터 찾아뵙고 싶었는데 만나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신구(신): (밥 먹으라고 손짓한 후에) 어떻게 그렇게 됐네. 비 때문에 촬영이 자꾸 밀리고 해서. 요즘은 대본 연습에, 촬영에 너무 바빠. 밥 먹을 시간도 없다니까.
김: <고맙습니다> <쩐의 전쟁> <김치치즈스마일> <왕과 나>까지 요즘 가장 바쁜 중견배우가 아니실까 싶은데요. 선생님의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신: 내가 무슨 저력이 있어. 배우가 방송국에서 불러주면 하는 거지. 작품이 들어왔을 때 나에게 맞는다 싶으면 하는 거야. 돈? 나한테 돈을 많이 주겠어? 젊은 애들이라면 몰라도.
김: 그래도 2002년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유행어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셨잖아요. 그때 어른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신구’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어떠셨어요?
신: 기분 좋았지. 그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시트콤도 했거든. CF랑 이미지가 맞물린 거야. 그 전 작품에서 생긴 근엄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을 못 했는데 그 후에는 초등학생부터 사인해달라고 하고 어깨 만지고 도망가고 그래.
김: 선생님 유행어 또 있잖아요. “4주 후에 봅시다.”(KBS <사랑과 전쟁>) 현재 유행어를 제조하는 가장 최고령층이 아닐까 싶은데요.
신: 허허. 그 프로가 8년째거든. 400회가 다음준가 그래. 그만큼 세월이 흘렀으니까. 사람들이 자주 보지 않아도 한 번 본 사람들은 그 ‘4주’ 얘길 꼭 하더라고.
김: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인기가 10년 동안 변하질 않아요.
신: 야! 더 돼!(웃음)
▲ 시트콤의 한 장면. | ||
신: 보통 내 나이 때는 은퇴하고 쉬는 사람들이 많지. 그런데 내 주변에는 나이가 여든 가까이 되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복 받은 거야. 일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하고 싶어.
김: 저희도 선생님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혹 배우로 살면서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신: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 금전적으로 어려워서 그만둔다든지 나름대로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난 평생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생각도 못 했어. 다른 일은 해보지도 않았고 접근조차 안 했지.
김: 그래도 중간에 슬럼프나 위기는 겪으셨을 것 같아요.
신: 배우의 위기는 쓰임새가 없을 땐가? 사실 배우라고 해도 일이 계속 몰릴 수는 없잖아. 쉴 때 난 그러려니 하고 살았어. 뭐 슬럼프이기 때문에 연기를 안 하거나 그러지 않았고. 연기를 아무리 잘 하는 배우라도 자기한테 맞는 역이 없을 때는 쉴 수도 있는 거야.
김: 연기자로 외길 인생을 사신 거네요. 다른 일을 하라는 주위 유혹은 없었나요?
신: 왜 연기자를 하면서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난 그런 재주가 없었어요. 애초에 그 쪽으로 시선도 안 줬지. 오래 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것밖에 할 수 없었던 거야. 난 대본 보고 대사 외우는 것밖에 할 줄 몰라.
김: 계속 일을 하셔서 그런가요? 예전보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신: 고마워. 연기자라는 직업은 꼭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회사의 사장이나 간부들은 밑에 사람들이 대충 해줄 수 있지만 연기자는 누군가 대신할 수 없잖아. 그게 좋아.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함이 고맙지.
김: 맞아요. 선생님은 어쩜 그리 정정하세요?
신: 내가 전에는 달리기를 했어. 그런데 의사가 뛰지 말래. 걸으라고 하더라고. 그때부터 시간이랑 거리를 정해놓고 걸어. 그게 좋은 것 같아. 사람들은 걷는 게 무슨 운동이냐고 하는데 난 일어나서부터 집에서도 쭉 걷거든. 걷는 코스가 있는데 8km야. 1시간 반 정도 땀이 축축하게 날 정도로 걸으면 그게 운동이 돼.
▲ 누가 더 살인미소일까. 신구와 리포터 김태진이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었다. | ||
신: 요샌 시간이 안 나는데 시간 있을 때 친구들과 골프를 했어. 잘 하진 못해도 친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좋은 것 같아. 김인태, 사미자 남편 김관수, 오현경이, 이순재 씨도 자주 어울렸는데 그 양반은 바빠서. 장용이하고도 자주 어울렸지.
김: 다 극하실 때 만난 분들이네요.
신: 그럼. 그때 만난 사람들이 다 오랜 친구지.
김: 선생님은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오르셨잖아요. 당시에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신: 연극할 때도 그렇고 TV 출연할 초반에도 그렇고 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어. 내 생김새 봐. 지금 늙어서 독이 좀 빠져서 그렇지 그때는 간첩이라든지 그런 쪽 배역이 나한테 많이 왔지. 고집도 세보였거든. TV로 와서는 슬쩍 아버지 쪽으로 가면서 지금 할아버지 쪽으로 온 거야.
김: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니까 무대가 많이 그리우신 것 같아요. 연극무대에서 선생님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세요.
신: 그러니까. 연극을 계속해야 하는데. 매 시즌마다 책이 들어오고 하자고 하는데 스케줄 때문에 힘들어. 가을 공연 두 작품이 와있는데도 내가 선뜻 할 수 없잖아. 늘 마음에는 연극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 그런 생각만 가슴 속 깊이 가지고 있지. 실제로 연극을 하게 되면 현 생활을 정리해야 해서. 그런 점이 좀 아쉬워.
김: 앞으로 무대 위에 서시는 게 선생님의 꿈인가요?
신: 될 수 있다면 100세까지 배우이고 싶지. 그게 꿈이야. 정극이든 코믹이든 나에겐 다 똑같거든. 날 불러주는 그날까지 열심히 연기하고 싶은 거, 그뿐이야.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필자와 신구와의 특별한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됐다. “김치치즈스마일”을 크게 외치며 살인미소(?)를 보여준 신구는 인터뷰를 차일피일 미뤘던 게 미안했던지 “아무것도 아닌데 튕긴 것 같아서. 다음에 또 와”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기회다 싶어 6개월 뒤에 인터뷰를 다시 하자고 청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나 애주가답게 술 한 잔 하러 오겠다는 말에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따뜻함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신구.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왜 그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