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 FA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채영(왼쪽)과 비. 한채영은 별난액터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 ||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톱스타만 잡을 수 있다면 일정 부분의 손해를 감수한다. 우선 회사의 지명도 및 영향력, 다시 말해 위상을 달리할 수 있다. 톱스타가 있음으로 인해 방송국이나 영화사, 또한 언론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해 다른 소속 연예인의 위상까지 동반 상승하게 되는 것.
톱스타의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소속 톱스타를 출연시켜 외주 드라마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가 하면 상장사는 상당한 주가 상승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된 톱스타를 붙잡으려는 영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상식을 벗어나는 이면계약도 급증하고 있다.
@‘산수’가 되지 않는 계약
통상 톱스타로 분류되는 연예인과 소속사의 수입금 분배 계약은 8 대 2 내지는 7 대 3 정도다. 즉 해당 연예인이 전체 수익의 70~80%를 가져가고 20~30%가 소속사의 몫. 여기에 각종 제반 경비는 소속사가 부담한다. 소속사로서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연예인과는 8 대 2로 계약을 해도 수입이 발생하지만 그렇지 못한 연예인과는 7 대 3으로 계약을 해도 손해라는 게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이런 기준을 뛰어 넘는 9 대 1, 또는 10 대 0 계약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9 대 1 계약만 해도 제반 경비 비용을 제하면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입은 전액 연예인이 갖고 소속사는 제반 경비만 지출하는 비정상적인 10 대 0 계약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 그런데 최근에는 11 대 -1이라는 엄청난 조건의 이면계약까지 등장했다. 수익의 100%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10%의 부가세까지 소속사가 책임지는 것이다.
@스타가 원한다면 뭐든지…
연예기획사가 포기해야 하는 부분은 다만 금전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연예인이 활동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각종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이면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가장 흔한 요구 사항은 인적 구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자신과 호흡이 맞는 스태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코디네이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물론 매니저까지 동반해서 회사로 들어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경우 연예기획사는 이들에 대한 월급도 지급해야 하는 한편 기존에 계약이 되어 있는 미용실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가족의 연예기획사 취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가운데 한 명이 체계가 잡힌 연예기획사에서 일을 배운 뒤 독립해 ‘나홀로 회사’를 설립하려 하는 것. 가수 K의 경우 친언니를 소속사에 취업시키더니 몇 년 뒤 친언니가 대표를 맡아 나홀로 회사를 설립했고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 K 역시 친언니가 소속사에 근무 중이다.
때론 스캔들까지 감수하며 연예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매니저와 수상한 관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연예인의 요구로 그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계약기간 공란, 말로만 계약도
더욱 심각한 상황은 이런 비상식적인 계약 자체도 이뤄지지 않은 허상뿐인 계약이다. 예를 들어 톱스타 A가 어느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졌는데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또 다른 회사로 소속사를 옮길 경우 상당한 분쟁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톱스타의 경우 전속계약 기간이 아예 공란인 경우도 있다”면서 “아무 때나 원할 때 회사를 나가겠다는 의도인데 오히려 회사가 이런 허상뿐인 계약을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어렵게 잡은 톱스타에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의 계약은 주로 해당 연예기획사 고위층과 연예인이 친분이 두터운 경우인데 톱스타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해당 연예기획사를 돕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계약이다. 신생 연예기획사가 손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식 계약 없이 일정 기간 소속돼 있어주는 것.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우정보다는 상장 연예기획사들이 톱스타와의 계약을 공시해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꼼수로 이런 거짓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연예인이 무료 봉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 원은 아니지만 일정 금액을 계약금으로 받는 것은 물론 해당 기간 동안 활동하는 데 드는 제반 경비는 모두 연예기획사 측에서 부담하는 것. 연예인 입장에선 의리를 베풀며 금전적인 수익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남는 게 많은 장사인 셈이다.
황의경 연예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