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9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해 톡톡 튀는 개성으로 ‘두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배두나는 한 해 한 해 지나며 배우의 틀을 갖추기 시작하더니 이젠 연기파 배우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에 흥행배우라는 이름표까지 하나 더 달게 된 배두나.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두나와 마주앉았다. 그만의 솔직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세상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김태진(김): 요즘 드라마 <완벽한 이웃>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배두나(배): 좋죠. 요즘엔 잠을 덜 자도 안 피곤하고요, 밥을 좀 덜 먹어도 배가 안 고파요.
김: <괴물>부터 <완벽한 이웃>까지, 이젠 흥행 배우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어요. 이런 얘기가 좀 부담스러우려나.
배: 아니에요. 겨우 두 작품 잘 된 건데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부담스러울 게 뭐 있겠어요.
김: 김승우 씨가 추천해서 <완벽한 이웃>에 출연하게 됐다고 들었는데 <로즈마리>에 함께 출연한 뒤 쭉 연락하며 지냈나 봐요.
배: 전~혀 아니죠. 제가 아니라 기획사로 연락이 왔어요. 기획사 대표님이 ‘승우가 직접 연락했더라’고 하시더라고요. 승우 오빠는 뛰어난 분위기 메이커인 데다 저랑 연기 호흡도 잘 맞아 편해요. 연구 분석하기보단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게 저랑 비슷하거든요.
김: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뭔가요.
배: 당연히 우여곡절도 많았던 <플란다스의 개>죠. 연기력 검증이 안 된 신인이 주연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당시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분이 ‘신인 배두나랑은 못 하겠다’고 해 영화 촬영 자체가 무산될 뻔했거든요.
김: 아니… 이성재 씨가 그랬단 거예요?
배: 아니, 성재 오빠 말고 그 전에 캐스팅됐던 분이요.
김: 아! 그럼 우리가 모르는 A 씨가 그랬군요.
배: 음~ P 씨죠(웃음). 농담이에요. 저 때문에 영화가 엎어질 뻔한 위기까지 넘기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겠다’, ‘꼭 검증받아 인정받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아마 그래서 더 기억에 남나 봐요.
김: 그런 열정 때문에 제가 <플란다스의 개>를 재밌게 봤나 봐요. 그러고 보면 <플란다스의 개>는 배두나라는 연예인 자체를 달라지게 만든 거 같아요. 그 전까지는 배우보단 ‘신세대 패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으니까.
▲ 최근 두 번째 사진 에세이집을 출간한 배두나 앞에서 리포터 김태진이 포즈를 취했다. 그녀에게 사진은 우울함과 허전함을 달래주는 존재라고 한다. | ||
김: 신경을 덜 쓰면 패션 감각도 많이 무뎌질 거 같은데 어때요?
배: 데뷔 당시에는 패션에 관심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진 거죠. 그것도 <플란다스의 개> 때문인 거 같아요. 그 전까지는 정말 옷 사는 거 좋아하고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고 또 화장도 할 줄 알았고… 하여튼 굉장히 열심이었거든요. 근데 연기에 빠지면서 뭔가 가꾸고 치장하면 자꾸 시선을 그 쪽으로 뺏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할 때 귀고리나 목걸이도 잘 안하는 편인데 주변에서 ‘목이 휘휘해 보인다. 좀 해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그러면 ‘시선 뺏기는 게 싫어! 내 눈으로만 보이게 할래’라고 답하곤 해요.
김: 최근 두 번째 사진 에세이집 <두나’s 도쿄놀이>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책 소개 좀 부탁 드려요.
배: 말 그대로 제가 한 달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도쿄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관광 가이드북이 아닌 만큼 제 취향에 충실한 정보들이죠. 도쿄에서의 추억에 대한 에세이와 일기 같은 짧은 글들도 들어 있고.
김: 사진을 직접 찍고 글까지 쓰니 주위에서 책 내란 권유가 많았겠어요.
배: 정말 많이 권하시더라고요.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너무 솔직했나?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제가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만큼 다른 분들에게도 여행 가자고 부추기고 영감을 주고 싶어서예요.
김: 여행을 많이 다녔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예요?
배: 우선 도쿄는 제가 추억이 많은 곳이고 뉴욕은 처음으로 혼자서 장기간 여행한 곳이라 기억에 남아요. 혈혈단신으로 두 달 동안 뉴욕에 있었거든요.
김: 우와~ 두 달이나 혼자 뉴욕에서 지내다니 영어를 잘 하나 봐요.
김: 사진전 기자회견에서 “사진이 우울함이나 허전함을 대신해준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그런 감정을 자주 느끼나요.
배: 전 작품이 없을 땐 꼭 뭘 하나 배워야 해요. 제가 약간 워커홀릭이라 일하면 너무 즐겁고 시간도 잘 가곤 하는데 집에만 있으면 약간 조울에 시달릴 정도로 가라앉거든요.
김: 그럼 연애를 하면 되잖아요.
배: 연애랑은 관계없죠. 그래서 뭔가에 집착하게 돼요. 꽃꽂이 등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사진을 제일 오래 배우고 있어요. 그만큼 배울수록 어려운 게 사진 같아요.
김: 그럼 현재 사랑하는 사람은 있나요? 너무 바빠서 없으려나.
배: 뭘요, 바빠도 있을 땐 다 있죠. 그런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제가 있는데 없다고 하는 거면 그냥 ‘없어요’ 그럴 텐데 지금은 너무나 자신 있게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김: 올해 스물아홉인데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이에요?
배: 초산을 위해 서른다섯 살 전에는 하고 싶어요. 사실은 서른 살 전에 결혼하고 싶었어요. 전 아기를 정말 낳고 싶거든요. 그런데 서른 살에 애를 낳기에는 이미 늦었어요. 그래서 서른다섯으로 미뤘지요. 그때까지 운동 열심히 하며 건강을 유지하려고요.
김: 건강한 초산을 위해? 마지막으로 앞으로 연기 활동 계획을 대략 얘기해주세요.
배: 여배우에게 서른 살은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번 드라마는 스스로 즐거워지려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신이 나고 일도 재밌어지고, 그래서 제 인생 자체가 행복해졌어요. 이 기운을 몰아서 쭈욱~ 열심히 해보려고요.
김: 평소 인터뷰를 잘 안 하셔서 솔직히 저는 단답형으로 얘기할까 걱정했는데 너무 말을 잘 해주셔서 고마워요. 또 한 번의 변신을 기대할게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