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의 투신자살을 보도한 채널A 방송 캡처.
부산대학교가 이렇게 방침을 세운 데는 고인이 된 고현철 교수의 투신자살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총장 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연간 최대 300억 원가량의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총장 직선제 수호를 부르짖으며 자신의 몸을 던진 고 교수의 의지와 이후 펼쳐진 후폭풍에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이날 오후 양측은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안흥배 교육부총장실에서 이와 같은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된 내용은 최종적으로 교무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 교무회의는 25일 열린다. 심의의결 후에도 여러 가지 규정 개정 등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다. 안흥배 부총장은 “늦어도 9월 안으로 적법한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산대의 결정으로 교육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인 총장 직선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머지 국·공립대로 쏠린다. 고현철 교수가 유서에 뚜렷하게 남긴 ‘대학 민주화’에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동참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의 불길이 전국 국·공립대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많긴 하나 당장 현실인 ‘재정’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부산대가 직선제 방침을 정한 만큼 다른 국립대들이 연대할 경우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39개 국립대에 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과열된 선거로 인한 부작용을 막자는 게 주된 취지였다. 특히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 개선을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자 대학들은 반강제적으로 학칙 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모든 국립대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했다.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남긴 파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그의 죽음이 전국 국립대의 대학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