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들고 컴백한 원더걸스. 작은 사진은 티아라(왼쪽)와 같은 소속사 후배 걸그룹 다이아.
2012년 앨범을 낸 후 3년간 개점 휴업 상태였던 원더걸스. 리더 선예가 결혼 후 팀을 떠나고 소희마저 다른 기획사로 소속을 옮기며 원더걸스가 사실상 해체 상태라는 기사도 수차례 나왔다. 이때마다 해체설을 부인하던 JYP엔터테인먼트는 팀을 재정비해 새 원더걸스를 선보였다. 선예와 소희의 빈자리에 탈퇴했던 선미를 재투입해 4인조로 나서는 원더걸스는 밴드 콘셉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걸밴드는 AOA가 데뷔 초기 시도했으나 큰 반향은 없었다. 이후 걸밴드의 명맥이 끊겼는데 댄스를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가 강점이었던 원더걸스가 밴드를 시도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원더걸스는 밴드로 변신한 것이 아니라 새 앨범의 콘셉트를 밴드로 잡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이달 초 가진 컴백 쇼케이스에서 원더걸스는 불안한 라이브 연주를 보여줬다. 당연히 취재진의 관심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녹음했나”로 쏠렸다. 하지만 원더걸스가 직접 연주한 곡은 없었다. ‘반쪽 밴드’임을 자인한 셈이다.
원더걸스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시간이 주어지는 프로그램 여건상 밴드가 연주하긴 어렵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원더걸스가 라이브로 악기를 연주할 실력을 쌓지 못한 것이 근본적 문제였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원더걸스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흉내 낸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지 밴드가 된 것은 아니다”며 “‘텔미’와 ‘노바디’ 등에서 차별화된 안무를 보여줬던 원더걸스의 팬들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신곡 ‘완전 미쳤네’를 들고 컴백한 티아라 역시 반응이 미미했다. 2009년 데뷔 후 ‘보핍보핍’ ‘롤리폴리’ ‘데이 바이 데이’ 등 숱한 히트곡을 냈던 티아라는 SNS 글에서 촉발된 ‘왕따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후 수차례 신곡을 발표하고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하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전의 인기는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티아라가 ‘완전 미쳤네’를 발표했지만 같은 소속사에서 새로 준비한 신인 걸그룹 다이아에 다시 치이는 모양새다. 일명 ‘티아라 동생 그룹’으로 알려진 다이아는 티아라의 컴백 시기와 맞물려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홍콩으로 떠났다. 이 일정에는 수많은 언론 매체들이 동행했고 다이아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당연히 컴백한 티아라를 향한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홍콩 프로모션 중 티아라가 다이아에게 전한 조언을 기자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SNS 하지 말고, 처음부터 어설프게 친구 사귀지 말며, 누구를 보든 90도로 인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선배의 뼈아픈 충고였지만 이 내용은 티아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건을 되짚는 듯한 뉘앙스를 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티아라의 컴백 시기에 맞춰 소속사에서 공론화할 내용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티아라는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 촬영 후 팬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티아라가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을 소홀히 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티아라는 “오해”라고 적극 해명했고 결국 티아라 태도 논란을 공론화했던 팬클럽 이큐리왕국 측이 “현재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전해지고 있는 일에 대한 해명과 함께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이번 일에 대해 사과를 드리려고 한다”며 “오해의 희생양이 된 멤버들에게 욕설과 비난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팬클럽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재도약을 꿈꿨던 티아라는 다이아에 치이고, 의도치 않게 팬들과 얼굴을 붉히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외에도 카라는 다른 걸그룹들과의 맞대결을 피해 일찌감치 신곡 ‘큐피드’를 발표하고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카라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니콜과 강지영의 탈퇴 후 허영지를 새로운 멤버로 맞이했지만 카라의 파괴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걸그룹 시장에서는 이미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데뷔 6~9년차에 접어든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티아라 등이 대중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신흥 걸그룹에 비해 압도적인 팬덤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팬덤이 온전히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 중 일부는 이미 다른 걸그룹으로 갈아탔거나, 더 이상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
이는 소속사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이미지를 보여줘 대중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콘셉트를 찾기 힘든 걸그룹을 대체할 신인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존 그룹을 운영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수영복 콘셉트를 선보인 걸그룹이 많았던 이유는 ‘이미 할 만큼 다해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존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소속사는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신인들을 키우고 있고 상대적으로 기존 걸그룹들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