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전 SBS 아나운서 | ||
SBS 출신의 정지영 아나운서가 밝힌 실수담은 지금도 후배들에게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때는 2000년 초. 당시 SBS <출발 모닝와이드>를 진행하던 그는 ‘매일 새벽 4시 기상, 6시 뉴스 시작’이란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뉴스 진행을 위해 눈을 뜬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일어난 시각은 뉴스시작 시간 6시로부터 불과 15분 전인 5시 45분. 화장도 안 한 채 속옷 바람에 코트만 걸치고 경기도에서 여의도까지 운전대를 잡고 달려간 정지영 아나운서.
겨우겨우 방송국에 도착한 시각은 기적적으로 생방송 시작 1분 전이었다. 코트를 벗음과 동시에 의상을 걸쳐 입은 그는 이른바 자다 깬 ‘쌩얼’로 뉴스를 시작해야 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뉴스 화면이 나갈 때마다 눈썹이 붙여지고 립스틱이 칠해지는 등 그 짧은 시간 동안 단계적으로 메이크업을 진행해나간 것. 당시를 회상하며 정지영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6시엔 괴물이었고 7시쯤 되니 사람이 돼 있더군요.”
▲ 김현욱 아나운서 | ||
그렇지만 순발력이 발군인 김 아나운서는 넘치는 재치로 위기를 극복했다. 뉴스 화면이 끝나자 “네, 정말 쥬스처럼 상큼한 소식들이었습니다”라고 애드리브를 친 것. 김 아나운서는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며 ‘만약 피랍자 소식이라도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한다.
필자와 함께 KBS <연예가중계>에 출연 중인 신세대 아나운서 조우종. 아나운서답지 않은 유머러스한 인터뷰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역시 초보 연예리포터다운 실수를 범하고 만 것. 배우 염정아와 지진희가 출연하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일이다. 그는 두 배우와 살갑게 인터뷰를 진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두 배우 역시 그의 재치에 ‘정말 아나운서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 바로 이 순간 조우종 아나운서의 ‘지진아’사건이 발발했다. “지진희 씨와 염정아 씨”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둘의 이름을 합쳐 “지진아 씨”라고 호칭한 것. 그의 애교스러운 실수에 두 배우가 배꼽을 잡고 쓰러져 실신 지경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 조우종 아나운서(왼쪽)와 오상진 MBC 아나운서. | ||
그런데 바로 다음 소식은 낙마 사고로 사망한 선수의 이야기. 그는 정말 온힘을 다해 웃음을 참고 방송에 임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의 혀를 ‘휘두르게’ 한 걸까.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