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준 | ||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 문제가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고현정 주연의 <여우야 뭐하니>가 회당 출연료 2500만 원, 송윤아 김성수 주연의 <누나>가 1100만 원, 최강희 김민종 주연의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1000만 원 등 몇몇 톱스타들의 고액 출연료가 공개돼 질타를 받았지만 여전히 회당 2000만~3000만 원을 받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 중인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가 2억 원이라고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은 이를 극구 부인했지만 그간 톱스타의 고액 출연료에 대한 비난이 워낙 거셌던 터라 그 파장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드라마 관계자들은 ‘배용준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왕사신기>는 일본으로부터 투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출연료뿐 아니라 제작비까지도 높아질 수 있었다는 것.
문제는 몇몇 스타들이 자신을 ‘제2의 배용준’인 것처럼 생각한다는데 있다. 해외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님에도 터무니없는 출연료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류스타로서 자리를 굳힌다면 우리도 투자를 할 것이고 해외에서도 투자를 받는데 용이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작비의 절반을 톱스타에게 할애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윤상현 | ||
그렇다면 제작사를 힘들게 하는 배우들의 출연료는 과연 얼마 정도일까. 제작사, 방송사의 기준에 따라 출연료는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중견배우들은 호봉제를 따른다. 공채 출신 탤런트들과 마찬가지로 18등급으로 나뉘어진 기준에 맞춰 출연료가 결정되는 것. 그러나 최근에는 호봉제도 무너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중견배우들의 위치가 확고해지면서 개별 계약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톱스타들의 몸값이 오르면서 회당 1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던 중견배우들은 이제 회당 200만~300만 원까지 몸값을 올리고 있다.
신인들은 대개 회당 50만 원에서 100만 원선이지만 주인공으로 발탁될 경우 최고 1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천방지축 며느리를 연기하고 있는 이수경이 대표적. 그러나 몇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예 P와 L, Y가 회당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넘는 고액 출연료를 요구해 제작진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겨울새>의 윤상현 등과 같은 주조연급은 회당 300만~400만 원선이다. 얼굴이 알려져 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연은 80만~100만 원 정도. 극단 출신인지 방송사 공채 출신인지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대개 100만 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 고현정 | ||
대사가 있는 엑스트라는 보통 10만 원이다. 역할에 따라 출연료가 바뀌는데 대개 사극에서 나오는 “전하 통촉하시옵소서”라고 말하는 배역은 5만 원을, 이보다 대사가 긴 경우는 10만 원을 받는다. 사극드라마의 전쟁신 등에 등장하는 보조출연자들의 출연료는 회당 4만 6000원이다.
문제는 주연이다. 톱스타가 주연을 맡게 되면 2500만 원까지 출연료가 올라간다. 이는 전쟁신에 보조출연자 500여 명을 출연시키는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출연료가 줄어들면 제작비가 증가해 드라마의 질이 높아지는 건 자명한 일.
<목욕탕집 남자들> <애정의 조건> <내 남자의 여자> <부모님 전상서> 등을 제작한 삼화네트웍스 신현택 대표(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는 “삼화네트웍스가 회당 1000만 원의 출연료를 준 사람은 지금까지 김희애 딱 한 명이었다”며 “영화는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가 ‘흥행’을 좌지우지하지만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더라도 돈을 더 받거나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스타가 아닌 드라마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