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몽>의 송일국 | ||
<일요신문>은 최근 일선 PD를 중심으로 드라마 제작자 30명(공중파 PD 16명, 외주제작사 PD 9명, 공중파 조연출 및 FD 5명)에게 역대 드라마 출연진 가운데 최악의 미스 캐스팅과 최고의 캐스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과연 드라마 제작자들이 꼽은 최고의 캐스팅과 최악의 캐스팅 주인공은 누구일까(설문조사 대상자 가운데 답변을 안 하거나 두 개 이상의 답변을 한 사람이 있어 응답자 수와 답변의 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음).
드라마 제작자들이 뽑은 최악의 캐스팅은 누구일까. 조사 결과 <아현동 마님>의 왕희지와 <태왕사신기>의 문소리가 각각 6표씩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초반부터 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두 배우는 ‘역할과 따로 노는 듯 어색한 느낌’이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받았다.
왕희지의 경우는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시청률 보증수표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여태 뜨지 못한 건 배우의 한계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 “역할을 이해하지 못해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도 있었다.
문소리는 왕희지와 정반대의 경우다. 왕희지가 작품은 좋은데 연기력이 문제라면 문소리는 연기력은 뒷받침되는데 역할과 작품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 현재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문소리는 드라마에 출연하자마자 시청자들에게 ‘미스 캐스팅’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드라마 제작자들도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일단 신예 이지아와의 삼각구도가 마이너스로 작용했고 배용준과도 매치가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표 차이로 2위를 차지한 ‘미스 캐스팅’의 주인공은 고소영이다. 고소영은 9년 만에 <푸른 물고기>로 브라운관에 복귀했지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흥행 실패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몇몇 제작자들은 톱스타를 꼽기도 했다. <대조영>의 최수종, <마녀유희>의 한가인, <히트>의 고현정 등을 거론한 것. 그 이유로는 최수종은 드라마 방영 도중 잇따른 구설수에 휘말려 시청자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서, 한가인은 작품이 흥행하지 못한 탓을 제작진에게 돌려서, 고현정은 본인 위주로 극을 이끌어가려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스 캐스팅’이 있다면 최고의 캐스팅도 있는 법. 이 부문에서는 <주몽>의 송일국이 4표를 획득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송일국은 <주몽>을 통해 톱스타로 발돋움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 흥행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로비스트>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어 제작자들 사이에서 섭외 1순위 배우이기도 하다고. 한 PD는 “송일국은 배용준이나 장동건처럼 잘생긴 건 아니지만 호감이 가고 독특한 색이 있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송일국을 미스 캐스팅이라 언급한 이도 있었는데 ‘발성 등 기본기가 정통 사극 연기에 어울리지 않고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중년배우 신구 역시 미스 캐스팅과 최고 캐스팅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고맙습니다>에서의 호연이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영광을 불러온 데 반해 현재 방영 중인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의 역할을 두고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 <왕과 나>의 고주원 구혜선 오만석(왼쪽부터)은 배역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젊다는 평가를 들었다. | ||
이 외에도 <경성스캔들>의 강지환,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 <신입사원>의 에릭,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가 손꼽혔다. 이들은 작품을 통해 조연급에서 주연급으로 급상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태왕사신기>의 배용준과 <대장금>의 이영애, <봄날>의 고현정 등 톱스타를 꼽은 이도 있었다. 이는 아무리 신인이 연기를 잘해도 톱스타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캐스팅에 선정된 최고 연령층은 설명이 필요 없는 중견배우 <수사반장>의 최불암과 <고맙습니다>의 신구였으며, 최저 연령층으로는 <고맙습니다>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서신애와 아역 신동으로 불리고 있는 <이산>의 박지빈, 영화 <집으로>으로 데뷔해 <태왕사신기> <왕과나>를 통해 국민 남동생으로 사랑받는 유승호였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